올해 골든글러브 시상식도 많은 뒷말을 남긴 채 끝났다. 성적 순으로 줄세워 상을 주는 게 아니라 여러 계층의 투표인단이 한 표씩 행사해 뽑는 골든글러브이기에 매년 수상자에 대한 뒷말이 남는다. 선정 기준은 해당 포지션 후보 선수들의 공격력, 수비력, 인지도 등 크게 세 가지 항목이라 성적이 다소 부족한 선수가 선정되기도 한다.
올해는 특히 2개 포지션에서 논란이 일었다. 투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장원삼(삼성)은 다승왕에 올랐지만 7표 차로 골든글러브를 놓친 브랜든 나이트(넥센)가 개인 성적만 놓고 본다면 올 시즌 최고의 투수였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또한 서건창(넥센)이 안치홍(KIA)을 제치고 수상한 2루수 골든글러브도 설왕설래가 있었다.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선정하는 골든글러브는 1982년부터 시작됐다. 투표로 뽑는 지금의 방식과는 다르게 당시에는 수비율(자살+보살/자살+보살+실책)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랬기에 정규시즌 24승을 거둔 박철순(OB) 대신 6승만을 올린 황태환(OB)이 투수부문에서 수상할 수 있었다. 이는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실시하고 있는 골드글러브와 성격이 비슷하다. 현재의 선정 방식은 1983년부터 결정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만약 원년처럼 단순히 수비율만 놓고 따져 포지션별 골든글러브를 선정하면 주인공은 누가 될까. 투수는 규정이닝인 133이닝을 채운 선수를 기준으로 삼았고 야수는 133경기에서 평균 5이닝을 소화했다고 가정, 665이닝을 소화한 선수를 대상으로 했다. 실책 개수와 수비실력이 정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의 기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투수 부문은 앤디 밴헤켄(넥센)이 선정됐다. 사실 투수들은 수비비중이 낮기에 실책 숫자가 다른 포지션에 비해 적은 편이다. 노경은(두산), 김혁민(한화), 장원삼(삼성), 배영수(삼성), 밴헤켄이 올해 0개의 실책을 기록했는데 밴해켄은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170이닝을 소화했다. 자살과 보살을 합한 숫자도 48개를 기록한 밴헤켄이 1위다.
포수는 기준으로 삼은 수비이닝을 넘긴 선수가 강민호(롯데), 양의지(두산), 진갑용(삼성) 세 명 뿐이다. 이들 세 명은 실제로 포수부문 골든글러브 후보로 다투기도 했다. 이 가운데 강민호는 887이닝을 소화해 전체 1위에 올랐고, 실책도 3개로 최소를 기록해 수비율 0.996으로 1위를 차지했다. 패스트볼도 1개로 최소를 기록한 가운데 강민호는 실제로 생애 3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1루수는 김태균(한화)과 박정권(SK)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김태균은 670이닝동안 2개의 실책을 기록했고 박정권은 881이닝 3실책을 남겼다. 수비율은 소수점 4번째 자리에서 갈렸는데 김태균이 0.9971, 박정권이 0.9969를 각각 기록했다. 박정권이 1루수로 좀 더 많은 공헌을 했지만 수비율은 김태균이 근소하게 앞섰다. 골든글러브 수상자 박병호는 최다인 1014⅔이닝 7실책을 기록, 수비율 0.994를 찍었다.
2루수 역시 소수점 4자리에서 갈렸다. 한상훈(한화)는 687이닝 2실책으로 수비율 0.9971로 1위에 올랐고 조성환(롯데)은 670⅓이닝 2실책 수비율 0.9969로 2위를 기록했다. 포지션 최다이닝을 소화한 안치홍(KIA)은 1124이닝 11실책으로 2루수 부문 최다실책을 기록했고(수비율 0.984) 골든글러브 수상자 서건창(넥센)은 1042⅔이닝 7실책 수비율 0.989가 나왔다.
3루수는 그대로 최정(SK)이 수상자로 뽑혔다. 최정은 1087⅓이닝 6실책으로 수비율 0.983을 기록해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자타공인 국내 3루수비 1인자라는 사실은 성적이 말해준다. 동 포지션에서 경쟁을 벌였던 박석민(삼성)은 990이닝 10실책 수비율 0.966을 기록했다. 한편 최다이닝 소화자는 황재균(롯데)인데 1095⅔이닝 15실책 수비율 0.955를 기록했다.
유격수는 손시헌(두산)이 수비율 1위에 올랐다. 각 팀 주전유격수 7명이 기준 이닝(665이닝)을 넘긴 가운데 손시헌은 가장 적은 702이닝 5실책 수비율 0.986을 찍었다. 안정적인 수비를 뽐내는 손시헌은 나머지 6명의 선수가 모두 실책 10개를 넘긴 가운데 홀로 실책 5개를 기록했다. 최다이닝(1141이닝)을 소화한 오지환(LG)은 실책도 25개로 단연 1위였다.
외야수 역시 투수와 마찬가지로 좀처럼 실책이 기록되지 않는다. 단순히 실책 숫자만 놓고 수비능력을 판단하기 힘든 포지션으로 타구판단, 주력, 송구능력 등도 수비율 만큼 중요하다. 수비율로 집계하면 김원섭(KIA, 907⅔이닝)과 최진행(한화, 885이닝), 박한이(삼성, 858⅓이닝), 박용택(LG, 836⅔이닝) 등 4명의 선수가 올해 무실책을 기록했다. 실제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박용택 한 명 뿐이다. 한편 올해 보살 1위는 손아섭(롯데, 13개)이 차지했고 2위는 전준우(롯데, 12개), 3위는 이성열(넥센, 11개)이 각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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