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정식으로 투수가 됐다. 그것도 딱 한 경기. 그리고 3학년 때는 3경기(대통령배)에 등판해 완봉, 완투승을 기록했다. 나머지 경기는 모두 내야수 아니면 포수였다. 그러나 이 선수는 프로에 투수로 지명된 것도 모자라 지명 1년만에 유망주로서 트레이드됐다.
이 특이한 경력의 선수는 넥센 히어로즈의 우완 김태형(19)이다. 올해 신인으로 NC에 특별지명됐으나 지난달 18일 임창민, 차화준과 반대급부로 넥센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김태형은 이제 약 한 달째 목동구장에 출근해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김수경 불펜코치와 피칭, 견제 등을 연습중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단 4경기에 등판한 김태형은 올해 퓨처스리그 15경기에 선발로 나서 5승6패 평균자책점 4.85를 기록했다. 이렇게 많이 던져본 적이 없어 7월말에는 어깨에 무리가 와 쉴 정도였다. 넥센은 그의 현재 모습보다 최고구속 149km의 직구와 묵직한 볼끝 등 잠재력에 주목해 김태형을 데려왔다.

그는 "아직 등판 경험이 별로 없어 마운드 위에서 생각이 많은 편이다. 같은 학교(동산고) 선배인 (류)현진이 형의 대범함을 배우고 싶다. 현진이 형이 체인지업 하나로 미국까지 진출하는 것을 보고 나도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완벽하게 익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의 롤모델을 밝혔다.
김태형의 또다른 학교 선배 송지만(39)도 스무살 차이가 나지만 그를 많이 아끼고 챙겨준다. 김태형은 "송지만 선배님은 올해 퓨처스리그 때부터 먼저 말 걸어주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셔서 많이 친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송지만 선배님 뿐 아니라 1군 선배님들이 자기 관리가 철저한 것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젊은 투수답게 당찬 김태형의 목표는 하루 빨리 1군 마운드에 서는 것이고 나아가 이승엽 등 각팀의 중심타자들과 맞붙어보는 것이다. 그는 기량이 물오른 거포 박병호(넥센)와는 "안붙는 것이 다행이지만 한 번 상대해보고 싶어 한편으로는 아쉽다"고 말했다. "내년에 NC와 만나면 더 열심히 던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투수가 하고 싶어 감독을 찾아가기도 했다는 김태형은 아직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원석'이다. 그가 거친 프로의 세계에서도 씩씩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잠재력'을 '실력'으로 바꾸겠다는 김태형이 투수로서 1군 마운드에 오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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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