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의 기쁨이 이런것일까.
KIA 우완투수 김진우(29)가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사실상 5년 만에 마운드에 복귀해 10승을 따내는 등 재기에 성공한 덕택이다. 연말 시상식에서 그의 이름이 호명되는 곳이 생겨났고 연봉협상에서도 두둑한 조건을 받아냈다. 제 2의 전성기가 시작되고 있다.
김진우는 지난 14일 구단과 1억1000만 원에 2013시즌 연봉협상을 타결했다. 올해 4000만 원에서 175% 올랐다. 구단은 처음부터 억대 연봉을 주기로 마음먹었고 일찌감치 도장을 받았다. 7000만원이나 오른 것은 그만큼 고과가 좋았다는 의미이다. 김진우는 2004년 연봉 1억 원을 받은 이후 9년만에 억대연봉에 복귀했다.

상복도 터졌다. '2012 스포츠토토 올해의 상'에서 재기상을 받았다. 일간스포츠가 제정한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에서도 재기상을 수상했다. '2012 카스포인트 어워즈'에서 올해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을 투표로 선정하는 '올해의 카스모멘트'상을 수상했다. 앞서 올해의 가성비 플레이어 투수 부문 1위에 올라 카스포인트 2관왕을 차지했다.
그가 5년 전, 2007년 8월 팀 이탈과 함께 마운드를 떠날 당시 김진우의 재기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계약금 7억원, 고졸 신인 10승과 탈삼진왕에 오르는 등 괴물투수가 6년만에 밥상을 걷어차고 사라졌다. 사생활 문제 때문에 야구인생이 끝났다는 평가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마운드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복귀를 타진했지만 팀 동료들에게 많은 실수를 한 탓에 사늘한 눈빛만 받았다. 그래도 김진우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김조호 단장은 남몰래 개인 코치를 붙여주는 등 김진우를 세심히 관리하면서 복귀를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애를 태우고 실망도 했지만 참았다. 이런 마음이 통했는지 김진우는 2010년 8월 조 감독과 동료들의 허락을 받고 복귀할 수 있었다.
돌아온 김진우는 공백이 문제였지만 역시 타고난 투수였다. 재활 프로그램을 성실히 수행하면서 빠르게 투수 김진우가 되어갔다. 조 감독은 2011시즌 10경기에 출전시켜 재기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2011시즌을 마치고 선동렬 감독을 만나면서 복귀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2012시즌 선발투수로 10승 5패, 방어율 2.90을 기록했다. 한 달 정도 재활기간이 있었지만 24경기 가운데 22번의 선발 역할을 수행했다. 시즌 막판에는 완투쇼를 펼치면서 선발진의 든든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140km대 후반의 강속구, 낙차 큰 커브, 싱커까지 완벽하게 구사했다. 선 감독이 놀랄 정도였다.
현재는 상대타자들이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로 꼽고 있다. 재기에 성공하면서 팀내의 위상도 바뀌었다. 내년 소방수로도 거론되고 있다. WBC 예비명단에도 뽑혀 태극마크를 달 수도 있다. 그는 "여기서 멈출수는 없다. 앞으로 다치지 않고 열심히 해 FA 자격(2015년 예정)을 취득하겠다"고 말했다. 두둑한 연봉과 화려한 시상식, 주변의 따뜻한 시선까지. 5년 전 결코 상상하지 못한 달콤한 인생이 찾아온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