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수원' 없다...수원, "이젠 키우겠다"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2.12.15 08: 13

"그렇게 해선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윤성효에서 서정원으로 사령탑을 교체함과 동시에 점진적 노선 전환을 선언했다. 다름 아닌, 이적시장에 대처하는 수원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다. 그동안 수원은 K리그의 대표적인 큰 손으로 꼽혔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가능성이 있고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면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손에 넣었다. 그래서 한 때 '레알 수원'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서정원 감독의 취임과 함께 수원은 변화를 택했다. 이제 빅네임급 선수 영입을 통한 전력 강화보다는 팀 유스 출신의 어린 선수들을 키워내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런 생각에는 외부에서 선수를 데려와 우승을 한들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지난 6월 부임해 반시즌 동안 K리그를 경험한 수원의 이석명 단장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우리 내부에서 한 번 키워보겠다. 그렇게 스타도 만들어내고, 국가대표도 만들어보고 싶다. '레알 수원'이란 말은 이제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는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고 말을 이은 이 단장은 "우리 유스팀에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다. 매 시즌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지만 당장 타이틀을 못 따내도 괜찮다"며 감동이 있는 팀으로의 점진적 변신을 선언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서정원 감독 역시 이러한 생각에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서 감독은 지난 12일 취임 일성에서 팀 유스 출신의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특히 강조했다.
특히 "연제민이나 권창훈 등 우리 유스팀 출신 중에 능력 있는 선수들이 꽤 많다.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며 어린 선수들에 대한 중용 의사를 밝혔다.
수원이 이런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올 시즌의 뼈아픈 경험들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시즌 수원은 라돈치치와 스테보, 서정진, 조동건 등 K리그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던 선수들을 대대적으로 영입했지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더 비참했던 건, 색깔도 없고 가장 재미없는 축구를 한다는 질타였다.
서정원 감독은 윤성효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물려받으며 수원으로부터 3년이라는 계약기간을 제시받았다. 감독 경험이 전혀 없는 초보 사령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파격적이었다. 그 밑에는 차근차근 팀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변화를 택한 수원이 어떤 결과물을 낼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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