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승' QPR, 박지성 없이 강등권 탈출하나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12.16 06: 44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16경기를 치르면서 번번이 승리를 놓쳤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길게만 느껴지던 4분의 추가시간이 끝나고 주심이 휘슬을 불었을 때,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 선수들은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들처럼 환호를 내질렀다.
해리 레드냅 감독이 이끄는 QPR은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로프터스 로드서 열린 2012-20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 풀햄과 경기서 아델 타랍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두며 기나긴 무승의 터널을 가까스로 벗어났다.
이날 승리로 QPR은 1승 7무 9패(승점 10)로 레딩(승점 9)을 누르고 리그 19위로 한 계단 뛰어올랐다. 반면 QPR에 첫 승을 헌납한 풀햄은 5승 5무 7패(승점 20)로 13위를 유지했다.

그토록 간절히 기다리던 첫 승이었다. 지난 16라운드 위건전 패배로 7무 9패(승점 7)를 기록하며 EPL 역대 시즌 개막 후 최다 무승 기록인 16경기 연속 무승을 세웠던 QPR에 있어 이날 승리는 그야말로 우승만큼의 값어치가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팬들에게는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다. 부상 회복이 더뎌져 이날 경기서도 결장한 박지성(31)의 존재다. 박지성은 에버튼전 이후 무릎에 이상 징후를 느끼며 5경기 연속 결장한 뒤 지난 선덜랜드전(29분)과 아스톤 빌라전(45분)서 몸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선발 출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지난 9일 위건과 경기서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데 이어 무릎 부상 여파로 인해 풀햄전은 물론 2~3주 추가 결장이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풀햄전서 레드냅 감독이 기용한 스쿼드에 있다. 레드냅 감독은 이날 경기서 에스테반 그라네로와 파비우 등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하고 기존 멤버들을 중심으로 베스트 일레븐을 꾸렸다. 최근 불거진 기존 선수들과 새로 영입된 선수들 간의 불화설을 염두에 둔 듯한 라인업이었다.
레드냅 감독은 부임 이후 클린트 힐, 숀 데리, 제이미 맥키 등 QPR 승격을 주도했던 기존 선수들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꾸려왔다. 반면 박지성과 그라네로 등 여름 이적시장서 영입된 선수들을 교체 명단에 올리거나 아예 제외시키며 선수단 운영과 전술구성에 변화를 줘왔다. 선수단 내부의 불화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일수도 있고, 레드냅 감독의 기호일 수도 있다.
 
기존 멤버들을 중심으로 한 레드냅 감독의 전술 운용이 풀햄전 승리를 일궈내면서 오히려 기존 선수들과 새로 영입된 선수들 사이의 골을 더욱 깊게 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시선도 있다. 레드냅 감독의 성향상 이날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을 남은 시즌 동안 베스트 일레븐으로  낙점했을 가능성도 있다. 단순한 '박지성 위기론' 이야기가 아니다. 팀 전체의 분위기를 해치는 불화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QPR은 이제 겨우 첫 승을 거뒀을 뿐이다. 첫 승은 거뒀지만 여전히 QPR이 가야할 길은 멀고 험난하다. 시즌이 반 이상 남은 상황에서 앞으로 줄줄이 강팀들과 만나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팀 내 불화가 사라져야한다. 박지성 없이 일군 첫 승의 의미보다 앞으로 이뤄야할 강등권 탈출 목표가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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