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돌파하라.
류중일 감독은 역대 WBC 사령탑 가운데 가장 힘겨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다수의 주축 선수들이 모두 불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선 두 대회에서 4강과 준우승의 전적을 감안하면 3회 대회에서는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피어오르고 있다. 사실상 전력이 떨어졌는데 눈높이는 높아졌다.
1회 대회와 2회 대회는 김인식 전 한화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 4강과 준우승을 이끌며 국민감독의 칭호를 받았다. 그때는 해외파와 국내파를 망라해 최정예 멤버를 뽑았다. 더욱이 선수들이 야구 선진국들과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강해 결집력도 대단했다. 일본과 미국 등을 잇따라 꺾으며 국민적인 성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3회 대회에서는 전력구성부터 문제가 되고 있다. 우선 메이저리거 타자 추신수(신시내티 레즈)가 이적으로 인해 출전이 가능할 것인지 불투명하다. 본인 뿐만 아니라 소속구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일본인 메이저리거들이 전원 불참했듯이 추신수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역대 대표팀의 주축투수로 활약해온 봉중근, 류현진, 김광현 등 좌완 트리오가 모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봉중근과 김광현은 어깨부상,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로 인해 출전히 어렵다. 이들은 대표팀 마운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투수들이다. 결국 투수력과 공격력에서 간판선수들의 부재는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일본은 6명의 메이저리거들이 모두 불참하자 34명 예비명단을 전원 국내파 선수로 구성했다. 야마모토 고지 감독이 국제대회 경험이 일천한데다 구심점도 없어 3연패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워낙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해 우승 가능성도 높다는 시각도 동시에 존재한다. 특히 마운드는 두 대회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강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주축 세 투수가 빠지면서 마운드가 크게 헐거워졌다.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 등이 버티는 공격력은 건재하지만 상대의 공세를 막아내는 마운드의 힘을 비교한다면 역대 WBC 대표 가운데 최약체라는 평가이다. 윤석민 오승환 정대현 정도를 제외하면 국제대회 경험을 갖춘 투수들도 부족한 편이다. 류중일 감독에게는 가장 힘겨운 숙제이다. 그의 위기 돌파력이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