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중문화, '강남'으로 시작해 '강남'으로 끝났다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2.12.16 16: 17

2012년 대중문화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강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드라마, 가요, 코미디 모두 강남과 다른 지역의 사이의 위화감 및 강남 특유의 문화를 전면적으로 다루며 빈부격차 문제 등을 짚어냈다.
영화 '건축학개론'이 강남-강북에 거주하는 남녀의 엇갈린 첫사랑을 그려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으며, 돈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개가수(개그맨+가수)'들의 노래가 음원차트를 휩쓸었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정점을 찍은데 이어 SBS '청담동 앨리스'가 대미를 장식 중이다. 이들 작품은 모두 빈부격차에 따른 대중의 상실감  등을 꿰뚫으며 높은 호응을 얻어냈다.

1990년대 대학생들의 첫사랑을 그린 '건축학개론'에서 극중 이제훈과 수지의 갈등에는 '잘사는 부잣집 선배'가 큰 축을 담당했다. 같은 강북 지역에 살다가 강남으로 이사 간 여자와 그 여자에게 다가간 '부잣집 선배'는 극의 주인공인 이제훈이 첫사랑을 상실하게 된 가장 큰 요인. 당시를 재현하는 디테일한 소품과 명곡들이 눈길을 끈 이 작품은 수지와 이재훈을 스타덤에 올려놓으며 멜로로는 이례적으로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상반기 음원차트에선 돈문제를 정면 돌파한 개그맨들의 노래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형돈이와 대준이의 '올림픽대로'는 강남을 향한 '보통사람들'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노래는 '강남까지 한시간 반'이 걸리는 올림픽대로 사정을 노래하며, '오빤 집이 어디야, 난 압구정, 난 까치산(중략) 멋진 남자는 신사동에 멋진 여자도 신사동에'라고 빈부격차를 노래했다.
앞서 용감한녀석들도 경제적 어려움을 노래로 승화한 바있다. ‘아이돈케어’는 택시비가 없어 곤란한 상황을 포인트로 잡아 웃음을 유발하는 동시에 ‘우유배달 30만 원, 편의점 알바 60만 원, 하지만 등록금은 뭐? 2000만 원?’이라며 세태를 풍자하기도 했다.
지난 7월 발표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그야말로 정점이었다. 해외에서의 빛나는 성과를 차치하고라도, 이 곡은 발매 즉시 각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강남스타일'이라는 제목이 국내 대중에게 주는 강한 임팩트를 입증했다.
이 곡은 강남의 스타일에 대한 맹신과 이를 자신의 허세에 이용하는 마초 '오빠'들의 몸짓을 비웃으며 올해 최고의 히트곡이 됐다. 어린이 놀이터, 관광버스안, 동네 사우나 등이 등장하는 전혀 '강남'스럽지 않은 배경이 강남이라는 세련된 이미지와 엇갈리면서 폭발적인 아이러니를 자아낸 뮤직비디오는 강남을 선망하면서도 비꼬고 폄하하고 싶은 '보통사람들'의 정서를 정확하게 꿰뚫었다는 분석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요동치고 있는 민심은 SBS '청담동 앨리스'가 어루만지고 있다. 가난한 집 출신의 신데렐라는 흔하디 흔한 소재지만, 극중 문근영은 1년 계약직에 목숨 걸어야 하는 20대 여자들을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남자친구가 "너와 나, 합쳐봐야 월급 350만원"이라며 각종 생활비 및 월세, 이자 등을 계산하고 "일년이면 마이너스 2850만원"이라고 계산, 이별을 선고하는 장면은 삼포세대의 현실을 절절하게 짚는다. 또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기업의 골목 상권 진출과 하우스 푸어 문제 등이 촘촘히 묘사되고 있다.
극중 강남 청담동 진출은 상류층으로의 진입을 뜻하며, 문근영이 연기하는 한세경은 청담동에 입성하겠다는 욕망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며 기존 신데렐라와 궤를 달리한다.
빈부격차가 사랑에 미치는 영향은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순탄하게 연애해온 연인이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과제 앞에 어떤 갈등을 맞닥뜨리는지 디테일하게 그려낸 이 드라마는 강남에 사는 남자주인공의 집안과 강북에 사는 여자주인공의 집안을 극명하게 대립시키며 갈등을 폭발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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