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앤캐시가 한창 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던 2라운드 중반. 김호철 러시앤캐시 감독은 “연패만 끊으면 나머지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연패에서 탈출한 러시앤캐시가 어느덧 비상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러시앤캐시는 16일 아산 이순신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3라운드 첫 경기에서 3-1로 이겼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인 강호 대한항공의 조직력을 패기로 깨뜨린 한 판이었다. 이로써 러시앤캐시는 지난 8일 KEPCO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첫 승을 거둔 뒤 3연승을 내달렸다.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을 연이어 격파했다는 점에서 상승세도 예사롭지 않다.
팀이 가진 잠재력이 서서히 발휘되고 있다는 평가다. 김 감독의 조련 하에 조직력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탄탄한 선수 구성이 빛을 발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다미의 해결 능력 향상도 상승세를 거든다.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 한 곳으로 뭉치는 응집력도 빼놓을 수 없는 원동력이다.

초반 부진에 빠졌을 때 김 감독은 두 가지 문제를 거론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서브 리시브였다. 김 감독은 “서브 리시브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경기력이 훨씬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일단 서브 리시브는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다. 이는 세터 김광국의 손을 거쳐 좀 더 다양한 세트 플레이로 이어지고 있다. 중앙 공격수 신영석이 살아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는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할 때다. 김 감독은 “팀의 정신적 지주가 없다. 응집력이 떨어지는 이유”라고 했다. 러시앤캐시는 드림식스 창단 당시 유능한 신인 선수들을 대거 쓸어 담았다. 구성은 손색이 없었지만 비슷한 또래의 선수들이 몰려 있다 보니 코트 위의 리더감이 마땅치 않았다. 그나마 선배인 이강주는 리베로라는 한계가 있고 송병일은 최근 출전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겼지만 대한항공전도 그랬다. 3세트는 중반까지 대등한 경기를 하다 상대의 강서브에 손도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4세트 막판에는 최선참인 이강주가 퇴장의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큰 위기를 자초할 뻔했다.
운동 선수에게 젊음이라는 것은 순기능이 많다. 그러나 열정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때로는 열정을 제어하고 다독거릴 냉정한 리더십도 필요한 법이다. 러시앤캐시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라고 할 만하다.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러시앤캐시는 돌풍을 넘어 태풍으로 떠오를 수 있다. 아직 시즌은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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