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와 싸우는 선수를 위해 선후배 동료들이 기꺼이 일일 점원을 자처했다. 팬들도 주말 번화가를 메우며 그를 돕고자 인산인해를 이뤘다. 15일 강남역 근방에 위치한 레스토랑 ‘쿼터백’은 대퇴골두육종 투병 중인 이두환(24, 전 두산 베어스-KIA 타이거즈)을 위한 따뜻한 자선행사로 그 어느 때보다 훈훈했다.
이두환의 전 소속팀인 두산 선수단은 팬들이 기획한 자선 행사 외에도 15일 자체적으로 식당을 섭외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일 식당을 열었다. 암 투병으로 인해 육체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큰 이두환과 그의 가족들을 돕기 위한 자선 행사로서 도움을 주는 창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라는 선수들의 뜻이 하나가 되어 이뤄진 자리다.
12시간 동안 이뤄지는 자리였던 만큼 선수단 전원이 교대로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고 팬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애장품을 기꺼이 내놓는 자선 경매도 이뤄졌다. 이 행사의 실무 총괄을 맡은 좌완 이혜천(33)은 “두환이가 하루 빨리 자신에게 익숙한 일상인 야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전 소속팀 동료로서 돕고 싶다”라는 말로 이번 행사의 취지를 이야기했다.

오후 6시 경 행사장을 찾았을 때 이미 입구에 인파가 가득했다. 그라운드에서 보던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인데다 아까운 유망주의 새로운 인생 설계를 응원하기 위한 자리였기 때문에 많은 팬들도 이 자리를 찾았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거주 중으로 두산의 열성적인 팬인 일본인 여성팬 데지마 가나씨는 “좋은 뜻으로 벌어지는 행사인 만큼 15일 아침 곧바로 한국에 왔다”라며 이두환의 쾌유를 기원했다.
선수들도 서빙이 익숙지 않았기 때문인지 때로는 멍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올 시즌 두산 계투진에 없어서는 안 될 활약을 펼친 홍상삼은 “으아, 힘들어요”라며 장난스럽게 웃으면서도 “그래도 두환이 형한테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리니 힘 내야지요”라는 말로 다시 환하게 웃으며 팬들을 반겼다. 1년차 변진수는 웬만한 베테랑 점원 못지않은 싹싹한 매너로 팬들을 사로잡았으며 주축 타자 김현수는 팬들의 사인 공세에 응하는 수고로움 속에서도 서빙에 여념이 없었다. 선수들 모두가 이날 만큼은 만점 점원이었다.

이두환을 향한 동료들의 자선 행사는 끝나지 않았다. 2006년 쿠바 세계 청소년 선수권에서 그와 함께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던 동기들은 오는 22일 서울 양재2동에 위치한 ‘헬로우 바비큐 치킨’에서 오후 5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 자선 일일 호프를 개최한다. 선수협에서도 이두환을 돕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며 팬들도 그의 웃음을 찾아주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가식이 아닌 진정한 관심과 사랑은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다. 쉽게 가질 수 없는 뛰어난 잠재력을 갖췄음에도 잇단 부상에 이은 병마로 인해 선수로서 활약이 불투명해진 이두환. 그러나 그의 동료들과 팬들은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꾸며 이두환에게 따뜻한 기운을 힘차게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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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