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생 성공기’ 박정배의 따뜻한 겨울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2.17 06: 42

“깎여서 들어갔는데 3000만원을 올려주셨네요. 당연히 감사하지요”.
단순히 연봉이 올랐기 때문에 나온 웃음이 아니었다. 자신도 프로야구 선수로서 1군에서 확실한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한 시즌을 마쳤기 때문에 더욱 표정이 밝았다. 프로 데뷔 8시즌 째만에 연봉 5000만원대를 돌파한 SK 와이번스 우완 박정배(30)는 오랜만에 어깨를 활짝 폈다.
올 시즌 박정배는 계투 추격조로 시작해 막판에는 승리 계투로도 모습을 비추며 37경기 4승 3패 3홀드 평균자책점 3.14의 성적을 기록했다. 선발로도 세 차례 나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한 박정배는 완벽한 제구력은 아니었으나 140km대 후반의 힘 있는 직구를 구사하며 자신이 1군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2005년 두산에 2차 6순위로 데뷔했으나 지난해까지 1군 경력이 일천했던 박정배였다. 동료들이 인정하는 성실맨이자 왼 발목이 으스러지는 부상을 이겨내고 프로에까지 입성한 인간승리형 투수였으나 팬들은 결국 1군 무대에서 잘하는 선수에게 주목하게 마련.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도 둥지를 찾지 못하며 최종 방출 조치를 당한 박정배는 꼭 1년 전 테스트로 SK에 입단했다. 2800만원이었던 연봉은 200만원 삭감된 2600만원에 계약했다.
“반드시 잘 해야 했어요. 가장인데. 아직은 프로 선수로 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고. 다행히 SK에서 절 좋게 봐주셔서 또 한 번 기회를 얻은 것이지요”. 친정팀 두산의 전력분석원 제의를 거절하고 인생을 건 모험을 한 박정배는 시즌 초 허벅지 통증으로 인해 2군에 있었으나 중반부터 선발 후보 겸 계투 추격조로 제 구위를 내뿜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7월 13일 문학 두산전에서는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따냈다. 자신의 데뷔 첫 선발승을 친정팀으로부터 뽑아낸 박정배는 최고 148km의 직구는 물론 숨겨뒀던 포크볼까지 과감하게 던지며 진가를 발휘했다. 그 경기는 박정배의 자신감을 확실히 높여줬고 막판 필승조 활약으로 엄정욱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 데도 크게 작용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엔트리 합류 및 출장도 당연한 일이었다.
“포스트시즌 때 약간 어깨가 안 좋기는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쉬는 기간이잖아요”. 보이지 않는 공헌도도 컸던 만큼 SK는 박정배에게 3000만원의 인상액을 안겨줬다. 아직도 프로야구 선수 평균 연봉에는 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지만 지난해까지 2000만원대 연봉으로 살아왔던 박정배에게는 뜻 깊은 계약이었다.
“앞으로 계속 연봉을 올려야지요.(웃음) 가율이(장녀)도, 태령이(장남)도 남 부럽지 않게 키우려면”.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공을 던지던 손으로 박정배는 아이들에게 선물할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연신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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