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의 대부분 대학과 고교 감독들이 연루된 대형사건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전·현직 야구감독이 입시 비리 혐의로 전격 체포됐습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감독을 지낸 양승호 감독과 프로야구 지도자 출신인 연세대 야구부 현 감독인 정진호씨도 이날 긴급 체포돼 야구계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양 감독은 고려대 야구부 감독으로 재직하던 2007~2010년 “대학에 입학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학부모와 고교 야구부 코치들로부터 1억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정진호 감독도 2010년부터 연세대 야구부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입시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긴급체포됐다고 합니다. 검찰은 두 전·현직 대학야구감독의 금품수수 사실이 어느 정도 밝혀진 만큼 조만간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두 감독과 함께 고교야구 감독 2명도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비단 이번에 나온 두 대학감독과 고교야구 감독 뿐만아니라 최근 서울과 부산 지역의 여러 대학과 고교 감독들이 검찰에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의 많은 대학 감독들이 올 시즌 종료 후 해고, 사퇴, 구속 등으로 줄줄이 야구판을 떠나고 있습니다.
대학 및 고교 감독들이 대학 입시 비리로 처벌된 사례는 이전부터 여러 차례입니다. 야구 뿐만아니라 축구, 농구 등 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입시 비리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진학을 원하는 선수는 많고 대학 감독들은 선발 권한을 갖고 있기에 양측이 만나 검은 돈을 주고 받는 구조는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학 당국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근년에 대학 당국자들은 체육관련 입시 제도와 스포츠팀 운영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입니다. 여러 차례 비리가 적발돼 대학 당국도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 보입니다.
스포츠계에 만연된 대학 입시 비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대학측의 근본적인 스포츠팀 운영 시스템을 고쳐야합니다. 지금처럼 많은 돈이 음성적으로 들어가게 되는 스포츠팀 운영 시스템을 비용이 적게 들고 선명하게 운영되는 체제로 바꿔야 합니다.
일례를 들겠습니다. 현재 거의 모든 대학 야구팀은 겨울철에는 프로야구 구단들처럼 해외전지훈련을 떠나고 있습니다. 한 달 안팎으로 한 번 해외전지훈련을 가기 위해서는 2억 원 내외의 많은 예산이 소요됩니다. 대학 감독들에 따르면 학교에서 나오는 훈련지원금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어 학부모들로부터 별도의 훈련비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감독들이 영수증 없이 학부모들로부터 받는 돈으로 대부분의 전지훈련비용이 충당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비리에 연루된 한 감독은 “가난한 선수의 비용을 위해 여유가 있는 부모들이 더 내고 해서 전체 비용을 마련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벌을 받겠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다른 대학들도 다 가는데 우리도 전지훈련은 가야겠고 학교에서는 예산 지원이 안되고, 그러니 여유 있는 학부모들로부터 따로 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입니다.
전지훈련 비용은 입시 비리의 한 가지 핑계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검은 돈에 욕심을 부려 학부모나 고교감독들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요구하고 수수한 질 나쁜 감독들도 있을 것입니다. 또 일부에서는 대학감독들이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금품의 일부를 야구단 운영비 명목으로 학교측에 기부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학 입시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대학 당국의 스포츠단 운영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합니다. 첫 번째로 할 일은 스포츠팀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줄이는 일입니다. 예전에는 꿈도 못꾸던 해외전지훈련 대신 따뜻한 남쪽 지방으로 동계훈련을 떠나는 등 비용을 줄여야 합니다. 물론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등록금 등에 공식적으로 반영하고 학부모에게 떳떳하게 영수증을 떼어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선수선발권을 현장 감독이 아닌 대학입학처에서 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현장의 감독은 선수 지도에 전념하고, 학생 선발은 학교 입학위원회에서 정해진 성적과 기준에 따라 뽑는 제도로 바꿔야 합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참에 골치아픈 스포츠팀 운영을 안하겠다”고도 하지만 그보다는 비리를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세 번째는 야구를 대학 입학의 도구를 여기는 학부모들의 사고 전환입니다. 대학 감독들에게 뒷 돈을 주고 입학하려는 선수들은 대개 야구실력이 떨어지는 쪽이 대부분입니다. 잘하면 프로에 바로 입단하거나 뒷 돈 없이 대학팀에 당당히 들어갈 수 있기에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입니다. 선수 부모들은 “10년간 죽자사자 야구만 한 애가 어떻게 일반학생처럼 공부로 대학을 들어가냐”고 반문합니다.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아직 완전히 자리잡지는 못했지만 고교야구 주말리그의 참 뜻인 ‘공부하는 야구선수’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비록 지금은 야구실력이 뒤떨어지지만 대학에서 반전을 노리겠다면 공부로 대학야구팀에 들어가고 거기서 더 실력을 향상하거나 다른 공부를 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처럼 반복되는 입시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야구 현장을 지키는 대학 및 고교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대학 당국, 학부모 등 관계자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특히 이 모든 것의 피라미드 최상단으로 꼭지점인 대학당국이 근본적이 스포츠팀 운영 시스템을 개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비리의 악순환’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부정을 원하는 학부모와 지도자가 계속 존재하는 한 대학입시 비리는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참에 대학당국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래야 야구 뿐만아니라 스포츠 전체에 만연된 입시 비리 구조를 뿌리 뽑을 수 있습니다. 대학당국은 정말 이 모든 비리들을 모르고 있었을까요. 정확하게는 아니겠지만 소문등을 들어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을 것이란게 체육계의 견해입니다. 때문에 이 모든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학 당국이 대책마련에 앞장서야 합니다. 프로출신 지도자들의 바른 자세를 가질 수 있는 재교육 시스템도 더욱 강화해야함은 물론입니다.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