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현역 메이저리그 출신 거물급 외국인선수를 영입했다. 오랜 시간 관심을 갖고 정성을 기울인 결과였다.
한화는 17일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 등 총액 30만 달러에 현역 메이저리거 왼손 투수 대나 이브랜드(29)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메이저리그 경력만 놓고 보면 역대 한화 외국인선수 중 가장 화려하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 꾸준히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현역 메이저리거로 통산 392⅔이닝과 19승은 한화 외국인 투수 중 최다 기록이다.
20승 투수 호세 리마와 특급 셋업맨 스캇 프록터 등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다수 한국땅을 밟았지만 모두 30대 중반으로 전성기가 지난 뒤였다. 이브랜드는 내년이면 만 30세. 2010년말 두산이 영입한 더스틴 니퍼트(268이닝-14승)와 비슷한데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만 놓고 보면 이브랜드가 한 수 위다.

이브랜드는 지난해 삼성이 카도쿠라 켄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된 저스틴 저마노 이전에 영입 1순위로 꼽았던 투수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이브랜드는 한국행의 뜻이 없었고, 영상만으로도 이브랜드의 능력을 높게 본 삼성 류중일 감독도 아쉽게 입맛을 다셔야 했다. 그랬던 선수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화 유니폼을 입고,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해부터 이브랜드를 계속 관찰했다. 그러나 이미 삼성의 영입 제의를 거부한 만큼 한국행 뜻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올해 이브랜드는 볼티모어 오리올스 마이너에서 시작했고, 한화는 5월에 그를 만나 영입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꿈을 버릴 수 없었던 이브랜드는 다시 한 번 고사했고, 5월 중순 자신의 뜻대로 빅리그 진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브랜드는 7월 중순을 끝으로 다시 마이너리그에 내려왔고 이 타이밍을 한화가 놓치지 않았다. 한 번 더 그에게 한국행 의사를 타진했고, 반복된 메이저-마이너 생활에 지친 이브랜드도 그때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화는 8~9월에도 계속해서 이브랜드를 만나 인터뷰를 통해 그의 한국행을 설득하고 의지도 확인했다.
이브랜드는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해본 경험이 없어 주저했지만 한화는 "일본보다는 한국이 오히려 더 적응하기 쉬울 것"이라고 꾸준히 설득 작업을 펼쳤다. 한화가 워낙 적극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다른 팀들이 일찌감치 이브랜드 영입을 포기할 만큼 열성적이었다. 이미 11월 중에 한화와 합의했다는 이야기도 퍼져나왔다.
마지막 변수는 김응룡 감독의 최종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직접 외국에 나가 선수를 볼 것"이라고 할 정도로 외국인 투수 영입에 사활을 걸었다. 김 감독은 일본을 다녀온 후 구단에서 제공한 이브랜드의 영상과 기록을 세세하게 살폈다. 왼손 투수에 안정된 제구력을 높이 평가하며 'OK' 판정을 내렸다. 한화는 김 감독의 결정이 내려지자 곧바로 이브랜드와 계약을 체결, 그를 기어이 한화맨으로 만들었다.
한화 관계자는 "지난해 데니 바티스타를 영입할 때와 마찬가지로 타이밍이 좋았다. 바티스타 역시 2010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우승 멤버였고, 처음 영입을 제의했을 때는 콧방귀도 끼지 않았다"며 "이브랜드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메이저-마이너를 오가며 심적으로 지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하게 됐고 그 타이밍에 적극적으로 설득한 것이 잘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화의 오랜 관심과 끈질긴 설득 작업이 만들어낸 '거물급' 이브랜드 영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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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