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도 출신의 ‘손뜨개 전문가’ 이해옥 씨가 멋을 ‘좀’ 아는 남자들에게 한 수 훈수를 뒀다. 뜨개질 전문가의 식견으로 ‘니트를 입을 줄 아는 남자’가 돼 보라고 권한다.
그녀가 최근 도서출판 ‘분홍개구리’를 통해 출간한 ‘코 풀린 남자를 잡아주는 손뜨개’에는 남자의 패션을 완성하는 전문가의 손길이 그득하다. 니트 디자인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은 이력에 맞게 남성 니트를 중심으로 아이템 구상에서부터 디자인, 제작을 거쳐 코디까지 일련의 과정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작가는 “니트가 어울리지 않는 남자는 없다”는 대전제에서 집필을 시작했다. 엄마가 털실로 한땀한땀 짜 주신 니트로 한겨울 동장군을 이겨내던 시절부터 중후한 멋을 풍기는 중년에 이르기까지 니트는 그 포근한 이미지로 남성 패션을 지탱해 왔다.

작가 이해옥은 책의 서문에서 “외할머니가 짜주신 벙어리장갑, 어머니의 목도리, 빵떡모자로 불리던 그 시절의 그 모자까지 니트가 주는 향수에 포근함을 느끼지 않은 남자도 없다”고 썼다. 추억이 있는 그들에게 니트는 곧 포근함이고 향수다. 중년의 니트도 다르지 않다.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 그런 가족을 껴 앉는 너른 품이다.
니트에 향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옷’이 존재하는 의미의 또 다른 축인 ‘패션’이 있다. 작가 이해옥은 남성 니트 패션에 이렇게 접근했다. “남자들도 멋 내고 싶어한다. 그러나 키 크고 날렵하고 조화로운 얼굴을 가진 남자는 전체 남자의 10%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머지 90%의 남자는 어떻게 해야 될까? 힘 되는 패션 아이템이 절실하다.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아이템이 바로 ‘니트’다.
작가는 니트의 계절인 겨울에 출간을 맞추기 위해 니트를 떠올리기에 가장 끔찍한 계절에 작업을 했다. 지난 여름 ‘한반도를 급습한 수십 년만의 무더위’는 그녀의 작업 공간도 비껴가지 않았다. 무더위와 맞선 땀방울이 있었기에 ‘니트의 계절’에 ‘니트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만날 수 있었다.
책은 크게 ‘스웨터’와 ‘소품’으로 나뉜다. 다시 스웨터는 ‘코튼 풀오버’ ‘숄칼라 풀오버’ ‘빈티지 풀오버’ 등 12가지 아이템으로 나뉘고 소품은 ‘단주 머플러’ ‘이랑뜨기 색동 머플러’ ‘모스탕 모자’ ‘롱 비니’ ‘청키 넥워머’ 등 21가지 종류로 세분 된다.
각 아이템은 또한 개요에서부터 ‘완성 치수’ ‘준비물’ ‘게이지’ ‘특기사항’ 등으로 나뉘어 설명이 되고 각 아이템의 상세도면이 뒤따른다.
이렇게 완성 된 아이템이 실제 패션 소품으로 적용되는 사례 또한 중요한데 20대 꽃미남 모델과 50대 중년 모델을 등장시켜 실제 착용에서 어떤 느낌을 주는 지 친절하게 소개했다.

삼청동에서 ‘단주(丹珠)’라는 이름의 뜨개질 전문 공방을 운영하던 이해옥 작가는 최근 공방을 종로구 팔판동으로 옮겼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단주에 뜨개질을 배우러 오는 남자들도 있다”고 떠올리며 “아내의 도움을 받고 때론 어머니의 훈수도 곁들여 한땀한땀 떠가는 그들의 모습은 숙련된 이태리 장인의 손길보다 멋지다”고 평했다.
작가 이해옥은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를 졸업 한 뒤 뉴욕 브루클린에서 패션 디자인 학부를 다시 다니는 진로 대전환을 했다. 귀국 후 성신여대에서 니트 디자인 전공으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저서로는 2011년 발간한 ‘반가워 손뜨개’ ‘고마워 손뜨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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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팔판동에 새로 마련한 이해옥 작가의 뜨개질 공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