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화된 외국인 몸값 상한선, 현실적 대안은 있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2.18 06: 33

한화가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 대나 이브랜드(29)의 실제 몸값이 90만 달러라는 설이 제기됐다. 
미국 '볼티모어선'은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이브랜드의 한국행 소식을 전하며 '올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75만 달러를 받은 이브랜드가 한화와 개런티 67만5000달러에 옵션으로 22만5000달러 등 총액 9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한화는 계약금 5만 달러와 연봉 25만 달러 등 총액 30만 달러에 이브랜드 영입을 발표했는데 이와 정확히 3배차가 나는 금액이다. 
하지만 한화 구단은 이 보도를 부인했다. 한화 관계자는 "현역 메이저리거로 뛴 선수이기에 현지에서도 이브랜드의 한국행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본다. 우리도 그 기사를 체크했지만, 90만 달러는 현지에서 추측한 액수로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계약의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선수가 외부에 밝힐 수 없게 되어있다. 선수가 직접 말하지를 않았는데 90만 달러설이 나온 건 결국 추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브랜드 본인도 난감해 한다는 후문. 

보통 구단과 계약을 맺은 선수는 세부 사항을 밝히지 않는 게 관례이자 규정.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관련 야구규약 제11장에도 팀 비밀 공개 금지 항목 아래 '계약 조건을 어떠한 제3자에게 누설해서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90만 달러도 어디까지나 '설'에 불과하다는 게 한화측 주장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구단이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선을 지키지 않고 있고,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넘어가고 있다. 구단에서 웃돈설 부인하면 이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올초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삼성에서 뛴 저스틴 저마노가 삼성과 재계약 대신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을 택하며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는데 미국 현지 언론에서 '저마노가 한국에서의 100만 달러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삼성 구단이 이 같은 루머를 적극적으로 부인하며 넘어갔지만, 앞으로도 외국인선수와 관련한 웃돈설은 계속 불거질 전망이다. 
한국프로야구는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을 두고 있다. 야구규약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제8조 1항 '참가활동보수' 항목을 살펴 보면 '외국인선수의 연간 참가활동보수는 미화 30만 달러를 초과할 수 없다. 단, 참가 활동보수가 30만 달러 초과해 인상되는 경우에 인상률은 25% 이내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첫 해에는 30만 달러가 최대치이고, 재계약을 해도 인상폭은 25%를 넘지 못한다. 
30만 달러에는 '옵션 포함 복리 후생비를 제외한다'고 예외를 뒀지만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개런티가 30만 달러라는 뜻인데 이 정도 금액으로 수준급 외국인선수를 데려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제로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선은 2004년 12월 2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로 오른 후 8년째 제자리걸음이다. 2005년 7177만원이었던 프로야구 평균 연봉은 2012년 9441만원으로 올랐지만 외국인선수는 변한 게 없다. 암묵적으로 밝히지 않을 뿐 거의 대다수 구단들이 외국인선수 영입 상한선을 지키지 않고 있다. 문제 제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이 같은 규정은 사문화된지 오래다. 
한 야구 관계자는 "상한선 규정을 지키는 팀이 거의 없다. 계약서도 KBO에 제출하는 것과 실제 계약서를 따로 마련하곤 한다"며 "그렇다고 연봉 상한선을 폐지하기도 어렵다. 30만 달러 상한선이 외국인 선수들과 협상할 때 1차적인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상한선이 없어진다면 투명해질 수 있겠지만, 외국인선수들의 몸값은 지금보다 더 치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단간의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이같은 사정을 파악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외면하고 있다. 거의 모든 구단들이 공공연히 위반하고 있는 만큼 마땅히 제재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미 사문화되어버린 유명무실한 제도이지만, 최소한의 안전 장치로 상한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구단들의 의견에 어쩔 도리가 없다. 외국인선수 몸값을 둘러싼 '뒷돈설'은 규약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계속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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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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