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들에게 적당한 욕심은 필요하다. 동기부여와도 연관이 있다. 그렇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탈이 난다. 박재상(30, SK)의 2012년도 그랬다. 그 추락 속에서 깨달음을 얻은 박재상이 이제는 마음을 비운 채 2013년을 맞이한다.
SK의 핵심 외야수인 박재상에게 2012년은 지우고 싶은 한 해다. 팬들에게 이름 석 자를 알린 뒤로는 최악의 시즌이었다. 타율 2할1푼6리, 58안타 4홈런 23타점 6도루는 박재상의 성적답지 않았다. 100경기에 나서기는 했지만 타석에 들어선 횟수는 269번에 불과했다. 주전을 꿰찬 2007년 이후 가장 적은 타석이다. 그만큼 팀 내 입지도 불안했다.
이유가 있었다. 과한 욕심이었다. 박재상은 2009년 133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2할9푼5리, 15홈런 81타점 33도루의 맹활약을 펼쳤다. 동갑내기 정근우와 함께 상위타선을 이루며 SK 타선을 이끌었다. 그러나 2010년과 2011년은 부진했다. 모두 100경기도 뛰지 못했고 타율도 2할5푼대로 곤두박질쳤다. 2012년에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스프링캠프 때까지는 좋았다. 자타공인 최고의 컨디션이었다. 그러나 정작 시즌에 들어가자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몸에 힘이 들어갔다. 활약이 저조해지자 마음만 조급해졌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박재상은 “2010년과 2011년에 못해서 올해는 초반부터 치고 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캠프 때도 워낙 좋았다. 그런데 초반에 안 되다보니 조급해졌던 것 같다. 그 후로 모든 것이 꼬였다”라면서 “너무 욕심을 부렸다”고 되돌아봤다.
결국 박재상은 명예회복을 하지 못한 채 2012년을 마무리했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내년에는 반드시 자존심 회복을 하겠다”고 칼을 갈기 마련이다. 하지만 박재상의 얼굴은 오히려 편안했다. 욕심을 내다 한 해를 망친 만큼 내년에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재도전하겠다는 의지다.
박재상은 “개인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을 중심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이번주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술 훈련도 시작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편안한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박재상은 “부상 없이 잘 하겠다는 틀에 박힌 포부보다는 편안하게 야구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012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팬들이나 관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라는 박재상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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