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한화맨으로 남고 싶었다".
한화 한용덕(47) 투수코치가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정을 마치는 대로 LA 다저스에서 코치 연수를 시작한다. LA에 다저스에 입단한 제자 류현진과 같은 팀에서 함께하게 된 것이다. 물론 류현진은 마이너 옵션이 없는 메이저리거이고, 한용덕 코치는 마이너리그에서 연수를 받게 돼 직접적으로 함께 할 시간은 많지 않다. 하지만 타지에서 처음 생활하는 스승-제자는 다저스라는 울타리에서 서로를 의지할 수 있게 됐다.
올해 5월부터 수석코치를 맡은 한용덕 코치는 한대화 감독이 갑작스럽게 물러난 뒤 시즌 마지막 28경기를 감독대행으로 팀을 지휘했다. 14승13패1무라는 기대이상 선전으로 차기 사령탑 후보에도 올랐으나 김응룡 감독의 전격적으로 선임됨에 따라 입지가 애매해졌다. 한화 구단에서 미국 연수를 제의했지만, 타팀에서도 코치직 제안이 들어왔다. 한 코치는 한동안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미국 연수. 한 코치는 "갈등이 없지 않았다. 나이가 적은것도 아니고,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 연수였다. 마침 다른 팀에서도 콜이 왔었다. 콜이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콜이 있는 상황이라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지금껏 몸담은 한화를 떠나기 쉽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다른 팀을 한 번 왔다갔다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난 영원한 한화맨으로 남고 싶었고 연수를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용덕 코치는 지난 1987년 한화 전신 빙그레에 배팅볼 투수로 입단, 연습생을 거쳐 이듬해 정식선수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 2004년까지 현역 선수로 17시즌을 뛰었고, 2005년 구단 스카우트 거친 뒤 2006년부터 투수코치를 맡았다. 이후 1~2군과 재활군 등을 수시로 오르내렸고, 올해는 수석코치와 감독대행까지 맡았다. 선수-스카우트-코치로 25년간 이글스라는 한우물만 팠다.
고민을 끝낸 한 코치는 내년 3월 WBC 투수코치로 발탁돼 또 다른 중책을 안았다. WBC가 끝나는 대로 다저스 싱글A팀부터 합류하게 된다. 싱글A를 시작으로 더블A와 트리플A 등 마이너리그에서 차례로 연수를 받을 계획이다. 보통 2월 스프링캠프부터 합류하는게 원칙이지만, WBC 코치를 맡게 된 만큼 다저스 구단에 양해를 구했다.
이왕 가는 연수이기 때문에 배움의 의지도 커졌다. 한 코치는 "마이너리그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이곳에서 새로운 열정을 보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술 뿐만 아니라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공부하고 싶다"며 "지금은 연수 기간을 1년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직접 겪어보고 배울 것이 더 많다면 연수 기간을 늘리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한화에서 7년을 함께 한 류현진과 또 같은 팀이 됐다. 한 코치는 "의도한 건 아닌데 현진이랑 또 함께 하게 됐다. 현진이는 메이저리거이기 때문에 자주 볼 수 없겠지만, 연수 기간 동안 한두 번은 볼 수 있지 않겠나"며 "미국에서 생활하게 되는 건 처음이라 걱정도 있다. 하지만 직접 부딪치면 못할 것 없다"고 다짐했다. 무려 25년간 정들었던 독수리 둥지를 떠나게 된 한 코치이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잠깐의 이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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