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민폐녀 없어 통쾌한 이상한 사극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2.12.18 08: 01

사극은 그동안 남성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여성 캐릭터가 종종 등장했다. 시대상과 극의 전개상 ‘추노’ 이다해, ‘뿌리 깊은 나무’ 신세경 등이 소극적인 캐릭터로 아쉬움을 샀다.
 
그런데 MBC 월화드라마 ‘마의’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그 시대의 신여성이다. 이런 여성이 조선시대에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현대적인 캐릭터들이 쏟아진다.

양반 강지녕(이요원 분)은 의원이 되기 위해 험한 일도 감수하고 신분을 구분 짓는 일에 질색하는 인물이다. 총명하고 의술이 뛰어난 지녕은 천민 백광현(조승우 분)이 의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사랑스러운 공주 숙휘(김소은 분) 역시 적극적이다 못해 천방지축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최고의 신분인 공주가 천하디천한 광현을 좋아하는 것도 모자라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왕실이 정하는 혼례를 거부하고 사랑하는 광현과 결혼하는 일만 꿈꾸고 있다. 
청상이자 광현이 목숨을 구한 서은서(조보아 분)도 초반 남편을 따라 목숨을 끊겠다고 나섰던 것과 달리 살기 위해 과감하게 외과수술을 받아들이는 등 진취적인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더욱이 광현이 지녕을 사랑하는 마음을 눈치 채고 두 사람을 이어주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되며 민폐녀 캐릭터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의녀 장인주(유선 분)도 사람을 살리는 일에 매진하면서 조선시대 속 평생의 꼬리표와 같은 신분과 성별의 굴레에서 벗어난 인물이다.
물론 이들 모두 천민에서 의원으로 성장하는 광현의 주변인물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여타의 사극이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를 주로 배치하는 것과 상반되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이병훈 PD가 전작에서도 줄곧 고수했던 장치였다. ‘대장금’ 이영애, ‘이산’ 한지민, ‘동이’ 한효주는 모두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와 거리가 멀었다.
이는 남성 시청자를 공략하는 보통의 사극과 달리 주인공의 통쾌한 성장 스토리를 통해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 시청자를 끌어안으려는 이병훈 PD표 사극의 특징이기도 하다. 덕분에 ‘마의’도 짜증과 답답함을 유발하는 민폐녀가 없어 시청자들의 이탈 없이 순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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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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