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마이너리그 계약이다. 구단에서도 반 년 가량은 마이너리거로서 급여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5년 간 128세이브를 올린 경험을 높이 샀고 낯선 그에게 향후 2년 간의 팀 계획까지 이야기했다. 이상훈-구대성에 이어 한-미-일 프로야구를 연이어 경험하게 된 ‘미스터 제로’ 임창용(36, 시카고 컵스)에 대한 기대치는 생각만큼 작지 않다.
컵스는 18일(한국 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3루수 이안 스튜어트의 계약과 함께 “임창용과 사이닝 보너스 10만 달러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라고 발표했다. 2년 총액 최대 500만 달러의 계약 내용이지만 지난 7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선수인 만큼 재활 투수로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셈. 따라서 냉정히 봤을 때 현재 임창용의 위치는 ‘마이너리거’다.
구단 측의 발표는 “향후 6개월 여 동안 임창용은 마이너리거로 급여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2년 최대 5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것을 감안하면 임창용에게 보장된 금액은 크지 않고 대신 순조로운 재활과 함께 기대치에 맞는 활약을 펼칠 경우 지급되는 옵션 계약이 커진다. 임창용에게는 야구 인생을 건 도전이다. 2014시즌 반드시 풀타임 리거로 좋은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걸린 계약이다.

그러나 계약 당시를 돌아보는 임창용 측의 설명에 따르면 컵스 측의 제안은 마이너리거에 대한 그것이 아니었다. 에이전트 박유현씨는 다른 3~4개 구단 대신 컵스의 오퍼를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구단 측과 이야기하면서 선수에 대해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다. 재활이 끝난 후 마이너리그에서 많은 등판을 가진 뒤 콜업을 받는 것이 아니라 괜찮다는 판단이 나오면 곧바로 메이저리그로 올라가서 계투 추격조로도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그와 함께 박씨는 “금전적인 면보다 우리와 컵스의 방향이 일치했다는 데에서 계약 성사가 이뤄질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구단이 임창용과의 계약 협상 중 2014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향후 2년 간 컵스 구단이 어떻게 팀을 운용할 것인지의 계획을 전달했다는 점. 누굴 트레이드해 올 예정이며 팜 내의 유망주 중 누굴 발탁할 것인지의 대한, 그리고 임창용이 수월하게 재활을 마친다면 후지카와 규지와 마무리 보직을 놓고 경쟁 기회도 주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잘 되면 후지카와와도 팀 내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구도가 주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단순히 임창용의 역할을 중간 계투로만 한정한 것이 아니라 순조로운 재활에 이어 실력으로서 보여준다면 임창용에게도 마무리 기회가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구단 입장에서도, 우리 입장에서도 최선의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전통의 명문구단인 컵스는 1908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단 한 차례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1945년 한 팬이 염소를 끌고 구장에 들어가려다가 저지당하자 "컵스는 더 이상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염소의 저주`로도 유명하다.
임창용도 당장 내년이 아닌 내후년 풀타임리거로서 확실한 활약이 필요하다. 컵스가 우승을 목표로 노리는 시즌은 바로 2014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우리 나이 서른 일곱의 베테랑 투수. 선수 생활의 후반기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임창용은 컵스의 기대치에 얼마 만큼 부응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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