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PD, KBS→채널A..‘종편 1년, 가능성을 봤다’[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2.12.18 09: 31

이영돈 PD가 KBS를 떠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채널A로 이적한 지 1년이 됐다. 제작담당 상무로서 지난해 12월 종편 개국 후 채널A를 이끌어온 이영돈 PD, 1년이란 시간은 절망과 희열의 반복이었다.
종편이 태생적으로 환영받지 못한 만큼 대중에게 방송사를 인지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는 채널A를 비롯해 JTBC, MBN, TV조선 또한 마찬가지였다. 1%도 안 되는 저조한 시청률은 이어졌고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영돈 PD에게 채널A가 TV 몇 번에서 방송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KBS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이영돈의 소비자 고발’, ‘생로병사의 비밀’ 등 다수의 히트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만든 스타 PD인 이영돈 PD가 종편에서는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했다.

그러나 이영돈 PD는 채널A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고안한 방법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대중에게 선보인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과 ‘이영돈 PD의 논리로 풀다’는 3%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 채널A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하며 가능성을 봤다.
- 종편이 개국한 지 1년이 됐다. 지상파에서 종편으로 이적해 1년을 보낸 소감이 어떤지?
▲ 처음 시작했을 때는 시청률이 낮게 나올 거라고 예측 못했다. 0.1~0.3%의 시청률을 보는데 현실감이 들지도 않고 의욕이 떨어지더라. 그 시청률을 어떻게 해석해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청률이 올라 괜찮아지긴 했는데 처음에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지상파와 대응 편성을 해서 일부분 프로그램들 시청률이 잘 안나왔는데 내 개인적인 판단착오로 있었다. 그래서 빨리 정신을 차리고 우리의 현실이 무엇인가를 파악했다.
케이블은 10년이 걸려서 0.5%의 평균 시청률을 잡았는데 우리는 요즘 평균 시청률이 1.5%가 나올 때도 있는데 정말 기적적인 일인 것 같다. 11번 채널을 넘어서 20번 사이까지 들어와서 시청률이 올랐다는 건 혁명적인 일이 일어난 거다. 신문사에서 방송사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선효과가 더해져 예상치 못한 결과(시청률)가 나오는 건 어떻게 보면 운도 작용했던 것 같다.
- 개국 초기와 비교한다면 요즘 채널A 인지도가 어떤가?
▲ 채널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 초반에는 채널A가 몇 번이냐고 많이 물어봤는데 요즘에는 안 물어보더라. 전국적으로 채널A 번호가 일률적이지 않은데도 찾아본다는 것이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괄목상대다.
- 지상파와의 비교에 대해 부정적이고 여전히 종편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들이 있는데?
▲ 지금도 안티가 있긴 한데 많이 줄어들긴 했다. 신문이 가지고 있는 성향을 방송에서도 그대로 가져가는 건 아니다. 방송은 방송대로 매체 특성이 있기 때문에 신문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다.
지상파는 한 드라마가 흥행하면 채널에 대한 이미지 좋아지는데 채널A에서는 ‘먹거리 X파일’이나 ‘박종진의 쾌도난마’가 완화해주고 있다. 이런 식의 프로그램이 생기고 드라마나 예능에서 확실히 킬러콘텐츠가 생기면 안티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채널A는 싫은데 ‘먹거리 X파일’을 보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들을 얼마나 만드느냐가 승부수다.
- 채널A 제작담당 상무로서 책임이 막중하다고 느꼈을 것 같은데?
▲ 채널A가 개국했을 때는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찾아보게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게 처음에는 힘들었다. 기본적으로 ‘채널A’ 하면 생각나는 사람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이 생각나듯이 그런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사람이 누구일까를 빨리 판단해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우리는 이영돈 PD나 박종진 앵커를 내세웠지만 다른 방송사는 그런 점이 약했다. 홍보전략으로 방송사 건물에 두 사람의 얼굴이 담긴 큰 현수막을 달았다. 후배 PD들이 문자로 ‘추우시겠어요’, ‘하루 종일 서 있어서 힘들겠어요’ 등이라고 약을 올리기도 해서 놀림을 많이 받았지만 전략적으로 따지면 채널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굉장히 좋은 방법이었다.
- 채널A를 비롯해 종편 방송사들이 드라마에서 쓴맛을 봤다.
▲ 시행착오를 크게 한 부분이다. 시청률이 그렇게 낮게 나올지 몰랐다. 시행착오를 겪었고 통렬하게 자기반성을 했다. 이걸 내년에도 반복할 수는 없는 거고 드라마 TF팀을 만들어서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형태의 드라마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작드라마나 지상파 드라마와 정면 승부할 수 있는 드라마를 제작할 생각이다. 드라마는 종편이 지상파와 대등하게 경쟁하는 핵심요소가 될 수밖에 없어서 심사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
- 2013년 채널A의 목표는 무엇인지?
▲ 지상파와의 경쟁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채널A가 ‘먹거리 X파일’이나 ‘쾌도난마’ 등으로 채널인지도가 높아진 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람을 느낀다. 시청률이 안 나올 때는 언제 1%를 넘나 했는데 지금은 3%가 넘는 프로그램들도 있고 평균 시청률이 1% 이상 나온다. 최근 시청률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평균 시청률이 2%가 넘으면 지상파와 대결해볼 만 하다. 내년쯤 그렇게 될 것 같다.
kangsj@osen.co.kr
채널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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