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외국인선수 몸값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거의 매년 연례행사처럼 해외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외국인선수들의 구체적인 몸값은 국내에서 공식 발표되는 금액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한국프로야구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저해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실적으로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을 폐지하기 쉽지 않다. 구단들은 "그나마 30만 달러의 상한선이 협상에서 1차 기준이 된다. 최소한의 안전 장치로 상한선 제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있으나 마나 한 제도를 언제까지 고수할 수도 없다. 현실적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 대안 중 하나로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를 늘리는 것이 거론되고 있다. 1998년 도입된 외국인선수 제도는 2명 보유, 2명 출전을 유지하고 있다. 2001~2002년 2년간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시행됐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내년 시즌에도 신생팀 NC에만 3명 보유, 2명 출전 혜택을 줄 뿐 기존 구단들은 2명 보유, 2명 출전이 그대로 유지된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한국프로야구는 외국인선수 역할이 정말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바가지 쓰기가 딱 좋다. 외국인 보유 제한이 없어져야 한다. 무조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선수 2명을 영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인선수들과 FA들의 몸값이 올라간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시 전력 보강에 더 혈안이 되다 보니 과다 지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일본프로야구를 예로 들며 "외국인이 1군에서는 4명만 뛰지만 보유 제한이 없다. 적응해가며 키워도 될까 말까인데 한국에서는 2명을 바로 1군에서 써야 하니 그게 힘들다"고 했다. 일본프로야구에는 각 구단에 이른바 '육성형 외국인'들이 한두명쯤 있다. 충분히 적응할 시간을 주고, 전략적으로 육성을 하기도 한다. 이대호가 뛰고 있는 오릭스 버팔로스의 이탈리아 출신 연봉 220만엔 투수 알렉산드로 마에스트리가 대표적인 케이스. 올해로 5년차가 된 3루수 아롬 발디리스도 25살 때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 일본에서 성장하고 자리를 잡은 선수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의 외국인선수 자리는 올해까지 기본 16자리로 한정돼 있었고, 어느 구단이든 보는 눈은 비슷했다. 제한된 범위 내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필연. 자연스레 경쟁 가격이 붙고, 선수의 몸값만 치솟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성적이 급하거나 재정 힘이 있는 팀들이 웃었다. 모 관계자는 "해외 리그에 관심 많은 선수들에게 상한선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다. 급한 쪽은 구단이고 선수는 거리낌없이 원하는 몸값을 부르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보유 제한이 넓어질 경우에는 이 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용병 보유 숫자가 늘어나면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다. 어차피 지금 제도로는 시즌 중간 교체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 보유 한도를 늘려도 지금보다 지출이 크게 높아지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매년 상당수 팀들이 시즌 중 교체로 비용을 지출하는데 교체 횟수에 제한을 두면 이 같은 비용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부담도 훨씬 덜하다.
9구단을 넘어 10구단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프로야구는 당분간 선수난에 시달릴게 자명하다. 외국인선수 몸값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지금 이 시기가 기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래도록 유지되고 있는 보유 제한을 풀고 몸값을 더욱 현실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연 외국인 몸값 문제가 보유 제한 풀기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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