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더한 윤희상, 이제는 손색없는 에이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2.19 06: 46

힘이 들었다. 그때 불펜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가 지쳐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 15개만 더 던져보자’라는 생각으로 모든 힘을 짜냈다. 그 과정을 반복했더니 어느덧 기분 좋은 이야기가 귓전을 스치고 지나갔다. “네가 에이스다”라는 칭찬이었다. 윤희상(27, SK)이 되돌아보는 2012년이다.
최근 몇 년간 SK의 에이스는 김광현(24)이었다. 불가침의 영역에 가까웠다. 그러나 탈이 난 어깨로 에이스의 몫을 한다는 것은 어려웠다. 누군가는 그 자리를 대신해야 했다. 그 때 팬들 앞에 나타난 선수가 바로 윤희상(27)이었다. 지난해 중반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한 윤희상은 올 시즌 생애 처음이자 팀 내 유일한 두 자릿수 승수(10승)를 기록하며 날개를 활짝 폈다. 
10승이라는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료들이 부상으로 하나둘씩 이탈할 때 윤희상만은 그 자리를 묵묵하게 지켰다. 윤희상이 올 시즌 가장 큰 수확으로 뽑는 것도 이 부분이다. 윤희상은 “한창 맞을 때도 로테이션을 지켰다. 스스로의 목표를 이룬 셈”이라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은 윤희상을 에이스로 만드는 근사한 포장지가 되고 있다. 윤희상은 2012년을 돌이켜보며 “나쁠 때 회복하는 방법도 배웠고 좋을 때 그 분위기를 이어가는 방법도 배웠다”라고 말했다.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뛰지 않았다면 결코 깨달을 수 없는 귀한 경험이다.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생겼다고도 했다. 지난해까지 자신의 성적을 챙기기 바빴다면 이제는 팀 전체를 보고 있다. 윤희상은 “팀의 일원으로서 내가 빠지면 팀이 어렵다는 생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여름 이후에는 (박)희수형이나 (정)우람이가 힘들어 하더라. 그래서 15개만 더 던져보겠다는 생각으로 한계 투구수도 늘렸다. 다른 투수들을 쉬게 하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에이스의 가장 큰 덕목인 책임감이 몸에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팀도 이런 윤희상의 공로를 인정했다. 연봉으로 화끈하게 보상했다. 올해 4500만 원을 받았던 윤희상은 8500만 원이 인상된 1억3000만 원에 재계약했다. 189%의 인상률이다. 2009년 김광현이 기록한 인상률(225%)에 이어 팀 역대 두 번째 상승폭이기도 하다. 김광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은 팀 전체가 윤희상을 새로운 에이스로 인정했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준우승한 것, 딱 하나가 아쉬웠다”라고 한 윤희상의 시선은 벌써부터 2013년을 향해 있다. 팀의 배려로 예년보다 1~2주 정도를 더 쉬며 몸을 추슬렀다. 윤희상은 “푹 쉰 것 같다. 몸 관리도 잘했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그렇다고 나태해진 것은 아니다. 벌써부터 공을 만지기 시작했다. 반짝이 되느냐, 아니면 롱런의 기틀을 닦느냐가 2013년에 결정된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목표는 소박한 쪽에 가깝다. 좀 더 욕심을 부려볼 만도 한데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내년 3월 열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겸손해했다. 대신 초심을 간직하기로 했다. 윤희상은 “‘더 잘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올해 같은 느낌으로 내년에도 팀에 공헌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어느덧 말투에도 에이스의 향기가 묻어 나오는 윤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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