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해”...레오, 그가 더 특별한 이유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2.12.19 07: 17

"한국 무대가 자신에겐 좋은 기회라는 걸 안다. 다른 데 한 눈 팔지 않고 여기서 배구만 잘 하면 자신과 가족 모두가 지금보다 훨씬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괴물용병’ 가빈의 뒤를 이어 올 시즌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새 외국인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레오(23, 206cm). 그는 쿠바 출신이지만 가족과 함께 이웃 푸에르토리코로 건너간 망명자의 신분이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배구를 시작했고, 백구의 강국인 쿠바에서 국가대표까지 지냈다.
하지만 그는 지금껏 배구를 통해 제대로 된 돈을 만져본 적이 없다. 이른 나이에 결혼,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 그리고 여동생과 부모님까지.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많지만 배구인생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망명 후 2년간의 유예기간이 끝난 뒤 푸에르토리코 무대에서 1년간 활약했으나 연봉이 많을 리 없었다. 이후 레오는 러시아 프로팀에 잠시 등록만 한 뒤 삼성화재와 인연이 닿아 올 시즌 한국 무대에 진출했다.
당초 레오는 같은 쿠바 출신인 까메호(LIG손해보험)와 비교해 한 수 아래라는 의견이 많았다. 두 선수 모두 국가대표 출신이지만 인지도와 실력 면에서 넘버원은 까메호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레오는 가빈 이상의 실력을 뽐내며 한국 무대를 평정하고 있다.
특히 기복이 없다는 게 최대 장점인 레오는 지난 18일 KEPCO전에서도 해결사 본능을 유감없이 뽐내며 팀에 시즌 10승째를 선물했다. 
2인자로 평가됐던 레오가 이렇게 빠르게 한국 무대에 적응하고, 가빈을 잊게 할 만큼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는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삼성화재 구단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책임감’을 꼽았다.
삼성화재 방인엽 사무국장은 “레오가 어렸을 때부터 넉넉하지 않은 삶을 산 것으로 안다. 가난을 달고 살았다고 해야 되나. 그래서 배구를 택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실력도 실력이지만 팀에서 특별히 요구하지 않아도 책임감이나 정신력이 아주 강한 친구”라며 레오에 대해 설명했다.
방 국장은 “한국이 자신에겐 좋은 기회라는 걸 알고 있다. 가빈이 V리그를 거쳐 러시아 무대에 진출한 것처럼 배구만 잘 하면 자기도 가빈처럼 될 수 있고 가족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잘 안다”며 실력 이외에 레오가 한국 무대에서 펄펄 날고 있는 이유를 풀이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신치용 감독도 레오만큼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레오에게 배구는 선택이 아닌 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 신 감독은 “자기는 배구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며 레오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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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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