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나 감탄하고 감탄하고 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영화 '반창꼬'를 통해 청순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 배우 한효주는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든 연기로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반창꼬'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지만 정작 자신의 아내를 구하지 못한 소방관 강일과 치명적 실수로 잘릴 위기에 놓인 의사 미수가 서로를 통해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

극 중 까칠한 의사 미수 역으로 분한 한효주의 모습에 가장 먼저 감탄하게 되는 것은 '청순여신'인 줄로만 알았던 그녀가 아무 데서나 소리를 지르고 안하무인격의 행동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 심지어 욕을 해도 그저 예쁘게만 보이니 신기할 따름이다.
MBC 드라마 '동이'를 비롯해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 등을 통해 단아한 이미지를 선사했던 한효주는 이번 영화에서 소방관 강일 역으로 분한 고수에게 막무가내로 들이대는가 하면 한강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소리를 꽥꽥 지르기도 한다. 또 시비가 붙은 상대방 일행의 귀를 물어뜯는 폭력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그간의 한효주를 떠올린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습. 하지만 그녀는 어색함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처럼 한효주의 색다른 모습이 자연스러울 수 있었던 것은 그녀 스스로 말했듯 실제로도 털털한 본인의 성격과 비슷한 점이 있어서 일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캐릭터 분석을 완벽하게 해내는 그녀의 능력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사실 한효주의 연기력에 대해선 의심할 바 없다. 실제로 지난 2010년,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동이'로 MBC 연기대상을 거머쥐며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그간의 작품들 속 캐릭터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복잡한 내면을 지니고 있는 미수 역을 맡으면서 그녀의 능력이 빛이 났다는 평이다.
이는 극 중 강일을 대하는 미수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다. 미수는 애초 의사라는 직업을 계속하기 위해 고의로 강일에게 접근하지만, 점차 강일의 아픔을 알게 되고 자기 자신 속에 무의식적으로 숨겨놨던 아픔을 되짚어보면서 진실한 사랑을 알아가는 인물. 때문에 영화 속에서 미수는 천방지축이었다가 안하무인이기도 하며 가끔은 안타깝기도, 또 가끔은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복잡한 미수의 내면을 어색함 없이 완벽하게 표현해내기 위해선 그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은 필수. 이를 한효주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만큼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낸 것이다. 이 점이 영화를 보는 내내 한효주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또 하나. 이와 같이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가 아직 26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나이의 배우라는 점도 보는 이들의 놀라움을 자아내는 대목 중 하나다.
한편 '반창꼬'는 1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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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창꼬'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