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가 포수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2013 제3회 WBC 예비명단에 진갑용·강민호가 뽑힌 것을 비롯해 각 팀 포수 포지션에 좀처럼 신선한 뉴페이스가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구단이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포수를 지명하지만 많은 팀들이 새내기 포수를 육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포수는 투수를 리드하고 상대타자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수비 위치와 상대 주자의 움직임을 체크하고 투수와 야수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포수는 그라운드 위에 감독이나 다름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어느 포지션보다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포수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경기에서 지면 내가 못해서 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는 것도 포수의 판단 하나하나에 경기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덧붙여 포수는 어느 포지션보다 강한 지구력과 순발력, 근력을 필요로 한다. 경기 내내 앉았다 일어나는 것을 반복해야하는 것은 물론 매 경기 150개가 넘는 투수의 공을 받고 때로는 몸을 날리고 홈을 향해 돌진하는 주자를 몸으로 막아야한다. ‘뛰는 야구’가 대세가 된 후에는 도루 저지에 필요한 강한 어깨도 포수가 반드시 갖춰야할 부분이 됐다.

이처럼 수준급 포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많음에도 중·고교야구에서 포수를 육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단 중·고교 지도자 중 포수 출신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문적인 포수 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배터리 코치를 만나보지 못하고 포수마스크를 쓰는 경우도 상당수다. 때문에 대부분의 포수들은 프로 입단 후에나 제대로 된 기본기를 배울 수 있다.
포수 포지션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문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지도를 나가게 되면 공통적으로 제일 덩치가 크거나 뚱뚱한 애들에게 포수를 시키더라. 포수는 민첩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뭔가 잘못된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더 이상 신장과 체중이 포수를 판단하는 중요잣대가 아님에도 일부 아마추어 지도자들은 예전 사고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말이다.
LG 김정민 배터리 코치 역시 “예전에는 포수하면 덩치가 크고 비대하다는 이미지가 떠올랐지만 일본만 해도 작고 민첩한 포수가 꾸준히 나오는 추세다”며 “주자가 적극적으로 뛰는 빠른 야구가 대세가 되면서 폭투를 블로킹으로 막는 것이 아닌, 폭투도 포구하는 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단순히 공을 앞으로 떨어뜨려 놓기만 해서는 도루를 막을 수 없다”고 일본의 경우, 이미 포수 포지션에 인식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코치는 “투수에 따라 큰 포수를 선호할 수도, 작은 포수를 선호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민첩성이 좋은 포수는 포구할 때도 유리하며 투수의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2012시즌 두산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스캇 프록터의 경우, 민첩하고 작은 포수를 선호하는데 프록터가 마운드에 오르면 최재훈(프로필 기준:178cm·76kg)이 마무리포수로 함께 그라운드를 밟곤 했다.
2012년 한 해 동안 조범현 KBO 육성위원장은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SK와 KIA 감독을 역임하며 아마야구의 미비한 포수 인프라를 느껴온 조 위원장은 전국을 돌며 아마추어 포수들을 집중 지도했다. 조 위원장은 프로구단 코치시절 국가대표 포수 박경완과 진갑용을 키워낸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고교 선수들을 가르쳤고 1년 동안 많은 아마야구 지도자들이 조 위원장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현재 조 위원장은 삼성 구단의 포수 인스트럭터 직책을 맡고 있다.
하루아침에 아마야구 지도자수를 늘릴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조 위원장처럼, 프로 출신 지도자가 아마야구를 돌보는 시간을 조금만 늘린다면 포수 기근 현상을 해결하는 작은 해답이 될 수 있다. 겨울 비활동기간에 전국 중·고교 포수들을 모아놓고 2, 3주 코스의 포수캠프를 여는 일도 추진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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