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뛰는 '1박' - ‘런닝맨’, 우린 그저 ‘VJ’일뿐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12.19 08: 28

[김대주작가의 사심 talk] '1박2일'과 '런닝맨'. 두 프로그램은 공통점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가장 큰 공통점이라면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점 그리고 각 방송사에서 제일 잘 나가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런데 이 것 말고도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연예인들이 게임을 위해 뛰고 잡고 물에 빠지는 다이내믹한 모습들부터 농담하고 먹고 자는 사소한 모습들까지 카메라에 리얼하게 담아내는 스태프인 VJ가 같은 팀이라는 것이다. 같은 듯 다른 두 프로그램을 같은 VJ팀이 찍게 된 건 두 프로그램 모두 리얼리티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VJ와 함께 성장한 리얼버라이어티
 

 ‘1박2일’이나 ‘런닝맨’처럼 예능프로그램에서 VJ가 활약하는 프로그램이 몇이나 될까?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현재 텔레비전을 통해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예능프로그램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이렇게 VJ가 예전에 비해 많은 활약을 하게 된 건 예능프로그램들이 리얼리티를 표방하며 스튜디오를 빠져나와 광장과 거리 그리고 산과 들로 뛰어다니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과 연예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웃음을 찾는 리얼버라이어티에선 촬영의 접근성과 기동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번거로운 조명장비나 음향장비 없이도 촬영이 가능한 ‘6mm카메라’를 사용하는 VJ들의 활약이 많아진 것이다.
 연예인이 뛰면 옆에서 같이 뛰어가고 연예인이 물에 빠지면 함께 뛰어 들어 생생한 장면을 잡아낸다. 게다가 그렇게 연예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하는 사이 생겨난 유대감은 카메라 앞에서도 거부감 없이 연예인이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여줄 수 있게 한다.
 어쩌면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요구하는 예측할 수 없는 웃음과 연예인들의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은 VJ의 활약 없이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VJ도 카메라감독이야?
 
 VJ는 영상을 소재로 방송에 출연하는 비디오자키나 비주얼자키가 아니라 촬영에서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하는 비디오저널리스트(Video journalist)를 가리킨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예능프로그램의 VJ는 진정한 VJ가 아니라고도 하고 카메라감독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하다고도 한다. 물론 이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편집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찍었느냐에 따라 구성과 편집이 결정되기도 한다. 리얼하게 벌어지는 각 상황에 맞게 PD처럼 편집을 생각하며 찍고 작가처럼 구성을 생각하며 찍기 때문이다. 심지어 피디와 작가가 잡아 내지 못한 부분을 찾아내기도 한다. 예전 ‘1박2일’에서 이수근은 배를 노출하며 자고 이승기는 입을 벌리고 자는 등 멤버들의 잠버릇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아냈던 것처럼.
‘연예대상’에선 찾아 볼 수 없는  VJ의 흔적
 매년 12월, 연말이면 각 방송가에선 ‘연예대상’으로 한 해 동안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연예인과 프로그램을 시상한다. 그러나 그 어떤 시상식에서도 연예인의 활약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고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VJ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하나의 완성된 프로그램,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많은 스태프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중에도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VJ들의 노력에 대한 인식이 낮은 건 조금은 안타까운 일이다. 1953년 세계최초로 히말라야를 정복한 등산가 ‘에드먼드 힐러리’ 옆에서 그 보다 더 많은 짐을 지고 앞서 올라갔던 세르파 ‘텐징 노르가이’가 그냥 한낱 짐꾼으로만 여겨졌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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