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 이 핸섬한 인디 가수에게서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100일 남짓 된 아이를 위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들고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서 20대의 열정과 순수함이 풍겼다.
이지형은 지난 2001년 위퍼 1집 앨범 '상실의 시대'로 데뷔했다. 그러니까 올해 데뷔 13년차가 됐다. 그는 지난달 14일 거의 3년만에 새 앨범을 냈다. 그것도 2CD에 무려 22곡이나 담아서. 앨범에 담긴 곡을 들여다보니 하나같이 청춘에 관련된 것들이다. 타이틀 곡인 '청춘 마끼야또'를 비롯해 '스무살의 침대', '열아홉 밤공기', '청춘표류기' 등 청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이지형에게 "청춘에 관련한 내용이 많다"고 하니 그는 "앨범을 내지 않았던 3년간 창작의 고통보타 더 뜨겁게 청춘을 되새겼다. 그 시간들이 내 인생을 바꿨고 지금 이 앨범을 만들어냈다"고 답했다. 그의 청춘에 대한 뜨거운 회상이 궁금했다.

"13년 동안 음악을 일로 하다보니 음악이 지겨워지더라고요. 일처럼 느껴졌어요. 스스로 음악이 뜨겁지 않으니까 고민이 깊어졌어요. 이건 일주일 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거든요. 무기력함이 계속됐고 무작정 놀았어요. 그러다보니 내가 열정적으로 했던 때가 언제인가 생각하게 됐고, 그게 청춘. 나의 20대였죠. 청춘을 되새기니까 새로운 앨범에 대한 방향성도 보이고 앨범에 대해 자연스런 구상도 이뤄졌어요."
이지형의 이번 앨범에는 언뜻 보기에 '청춘'을 가득 실은듯 보이지만 그는 단지 나의 20대를 담아냈을 뿐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청춘을 담을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지형의 20대를 담은 이번 앨범 '청춘마끼야또'는 청춘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대는 20대를 응원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 세상 모든 20대의 고민을 담아낸 앨범은 아니에요. 단지 제 20대에 대한 앨범일 뿐이죠. 몸도 마음도 사회적인 부여해 주는 것도 남들이 바라봐주는 것이 모두 온전한 청춘이었던 저의 20대요. 완벽한 20대를 회상하는 일이 생각보다 길었어요. 창작보다 심한 고민의 시간이었어요."

이지형은 청춘만이 이런 거대한 고민의 벽 앞에 당면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30대가 되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된 후 새로운 고민 앞에 섰고, 청춘 때 맛봤던 사회의 쓰디씀이 다시금 찾아온 듯 했다고 했다. 그는 결국 자신의 청춘 찾기에 몰두했다.
"기억만으로는 부족했어요. 기억은 미화되니까요. 안좋은 기억들은 잊혀지잖아요. 불현듯 생각이나더라도 구겨버리고요. 그래서 저의 청춘을 회상하기 위해 부모님 집에 갔어요. 거기에 제가 20대 때 물건들을 모아놓은 상자가 있거든요. 어렸을 때 썼던 조그마한 연애편지, 사진, 성적표, 뱃지, 극장표 등등 다 보면서 기억을 떠올렸어요. 말도 안되는 표정과 패션, 낙서했던 종이들. 개똥같이 써놓은 일기장.. 기억 속의 나와 다른 부분이 많더라고요."
이지형은 자신의 20대를 돌아보다 떠오른 악상을 온전히 이번 앨범에 담았다. 2CD에 담은 이 방대한 양의 곡도 추리고 추린 것이란다. 더이상 양보가 되지 않는 곡들로만 채운 것이 '청춘 마끼야또'. 청춘을 치열하게 고민한 한 사람으로서 그에게 "청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조심스러워요. 제가 뭐가 되는 사람도 아니고 멘토도 아니잖아요.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청춘에게 가르치듯 조언하고 싶지 않아요. 청춘은 예민하고 뽀송뽀송한 존재기 떄문에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충고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버려뒀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요. 스스로 찾는 그 힘이 대단한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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