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부드럽고 달콤하며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를 본 게 언제였지? 한효주-고수 주연의 '반창꼬'는 관객을 배 부르고 등 따뜻한 만족감으로 꽉 꽉 채워주는 영화다. 영화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거나 한바탕 폭소를 터뜨릴 일들이 많으면서도, 코끝 찡한 감동 몇 개를 잘 버무린 덕분에 감성 풍부한 여성 관객들은 눈물 몇 방울 흘려야한다는 것도 '반창꼬'의 매력. 그렇다면 영화 속 한효주, 아니 고미수는 어땠을까. '빤바라 밤~~' 영화팬들이여! 이제 새로운 로코퀸의 탄생을 축하할 일이다.
한효주는 전작인 천만영화 '광해'에서 우아하고 기품있는 왕비 역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작품 '반창꼬'를 통해 바로 시공간을 뛰어넘은 그녀는 21세기 삭막한 도시 서울에서 살아가는 맑고 순수한 영혼의 의사 고미수로 변신했다. 한효주처럼 아름답고 늘씬한데다 재치만점의 발랄한 여의사라니, 남성 관객들이 한 편의 로맨틱 코미디에 몰입할 충분요건과 여성 관객들이 질투심을 느낄 필요조건은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물론 생생한 연기력이 뒷받침됐다는 전제 아래서.
그런데 한효주는 연기력과 미모, 그리고 재능을 겸비한 20대 톱스타 여배우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당연히 걸쭉한 목소리 톤으로 "아름답다~~"를 외치는 고미수는 강한 흡인력을 자랑할 밖에. '반창꼬'에서는 한효주가 고미수였고 고미수가 한효주였다. 영화를 보기 전, SBS 인기 주말예능 '런닝맨'에서 여신 대접도 못받은채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밥상 앞에서 "아름답다~" 폭소탄을 터뜨리는 한효주를 보면 고미수에 대한 예비지식을 제대로 갖출수 있다. .

내년에 설경구 정우성 등과 새 영화 '감시'를 내놓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는 한효주를 추운 겨울 어느 날,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ㅡ 평소 이미지와 다르게 '반창꼬'에서는 털털한 매력녀로 등장해 돌직구를 많이 던졌다. 고미수가 사실 진짜 한효주 아닌가.
(고미수 역이)안맞을줄 알았는데 입어보니 맞는 옷이었던 같다. 과연 저한테 어울리는 역할일까 고민되서 선택을 망설였었는데 막상 입어보니 딱 맞았던 거다. 그동안 안해봤던 스타일의 캐릭터인 건 사실이고. 미수가 하는 행동이나 적극적인 성격, 들이대는 행동들은 실제 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미수가 풍기는 분위기는 제게서 감독님이 많이 따간 것같다. 테스트, 리허설 할 때 그냥 툭툭 던졌던 리듬감 있던 말들을 감독님이 다 줏어담아서 "그대로 해" "이따가 그렇게 해"라며 다 대사로 살렸다. 평소에 술 한잔할 때 감독님이랑 나눴던 말들을 다 기억해서 아낌없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다 썼더라. 참 영민하신 분이다.
ㅡ 보고나면 참 행복한 느낌이 드는 영화다. 대신 너무 뻔한 해피엔딩이라는 지적도 있을텐데.
"촌스럽죠." 좀 촌스럽기도 하고 '에이' 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에이' 그러면서도 다들 기분 좋아하잖나. 그게 ('반창꼬'의)가장 큰 매력인것 같다. 뻔하면서도 '뻔해서 짜증나' 그게 아니고 '아이! 뻔한데 왜 재밌지'랄까. 저는 완전한 해피엔딩이라서 기분 좋았다. 아마 이것도 감독님이 의도한 부분일게다. .감독님이 영화를 찍으면서 1순위로 생각하는게 관객이라고 했다. 이 영화를 보러오는 대중들의 입맛을 맞춰야되는 것 아닌가 라고.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ㅡ 한효주 옆에 있으니 고수가 돋보인다. 로맨틱 코미디에 별로 어울릴 것같지 않았던 고수가.
고수 오빠의 역할이 너무나 어려운 캐릭터였다. 전는 그냥 단순하게 수면위에서 까불까불 하면 되는거였고. 그러니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제가 훨씬 잘보일수 밖에 없다. 당연히 말 많이 하고 까불거리는 역할한테 관객들 시선이 가게 되니까. 그렇지만 영화를 한 번 더 보거나 주의깊게 보시는 분들은 고수오빠한테 주목할 거다. 미수의 응석과 투정을 그대로 받아주는 소방대원처럼, 제 연기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주셨다. 고수오빠는 진짜 최고였다.
ㅡ 출연작 마다 장르와 캐릭터의 변화가 절묘하다. 의도한 바인가
출연작마다 캐릭터 영화 변화? 솔직하게 얘기하면 저희 대표님(BH엔터테이먼트 손석우)의 공이다.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못한다. 플랜을 짜서 이번에는 이런 이미지로 다음에는 저런 캐릭터로,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저는 이성적인 면이 강하면서도, 배우인지라 즉흥적인 감수성이 많다. 그런 제가 옆에서 길을 잘 닦아주는 매니저를 만난거다. 저는정말 연기가 하면 되니까 정말 편하다. 가는 길을 옆에서 단 만들어주고 저는 그 길을 그냥 걷기만 하면 되니까. 배우가 좋은 매니저를 만나는 게 정말 중요하더라. 이래서 어른들이 늘 사람을 잘 만나야된다고 하시나보다.
ㅡ스타로서 점점 더 유명해질수록, 사생활은 더 힘들어지는 부분도 있겠다
점점 저의 것을 지키고자 하는 의욕이 강해진다.스타의 옆에 생기는 벽이란, 제가 칠수도 있지만 사실 주위의 사람들이 치는 거다. 저를 대하는 사람들이 먼저 벽을 치고, 그러면 저는 그 안에서 가둬지고, 그런 게 아쉽다. 하지만 그 벽조차 없으면 제가 또 불편한거다. 누군가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 갑자기 확 확 다가오면. 그래서 내가 예전에 갖고 있던 옛 인연들, 중 고교 동창 등 오랫동안 연이 끊기지않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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