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다운계약서와 토종선수들의 씁쓸함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2.19 15: 30

“그 친구는 연봉 얼마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제대로 못 하면 우리 선수들이 모여서 연봉 압류해야 되나 몰라”.(웃음)
농담이었으나 국내 선수들과의 몸값에서 현격한 격차가 나는 데 대한 허탈감을 이야기했다. 허울 뿐인 연봉 상한선 30만 달러. 당연히 선수들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상한선 철폐 및 상승에 대한 것이 이를 계기로 공표될 경우 그에 대한 형평성은 어떻게 맞춰줄 것인가.
최근 한화가 영입한 좌완 대나 이브랜드(29)에 대한 몸값 진실 공방이 불거졌다. 이브랜드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외국인 선수들의 계약 규모는 총액 30만 달러 정도에서 보도자료가 발표된다. 그러나 현지 언론에서 선수 몸값이 현실성에 맞게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상한선 규정이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은 현장 관계자는 물론 팬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상한선을 훨씬 웃도는 계약을 맺고 한국에 뛴 선수들은 굉장히 많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최대 5배 그 이상의 금액을 받고 뛰는 선수들도 있었다. 2000년대 후반 국제대회 호성적 등이 이어지며 한국 야구 기술 수준이 이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단돈(?) 30만 달러로는 기대치에 맞는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적은 금액으로 오퍼를 넣었다가 퇴짜를 맞고 노렸던 선수가 일본 리그로 건너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면 현실성 있게 외국인 선수의 몸값 상한선을 재조정하거나 트라이아웃 제도 회귀, 육성형 외국인 선수 영입 등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국내 선수들과의 금전적 괴리감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수 년 전 한 수도권 구단의 선수는 “새 외국인 선수인 아무개가 얼마 받고 뛰는 지 아세요”라며 자신이 들은 실제 금액 추정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메이저리그 시절 소속 구단에 대한 바이아웃 금액까지 발생했던 선수라 30만 달러 상향선에 몇 배 이상 넘어가는 금액이었음을 알려주자 선수는 더욱 놀랐다.
“리그에서 몇 년 간 검증된 선수라면 모를까. 냉정히 봤을 때는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본다. 잘하면 ‘역시 돈 쓴 보람이 있구나’하겠지만 안 되면 구단은 돈 버리고 우리는 ‘저 정도 선수가 어떻게 그만큼을 받았지’라며 팀 분위기에도 악영향이 될 것이다. 못 하기만 해봐. 우리가 연봉 압류할 거야”.(웃음)
물론 프리에이전트(FA) 대박을 친 선수와 외국인 선수의 금전적 괴리감은 거의 없다. 반면 유망주는 물론이고 주력급이 된 지 오래 되지 않은 젊은 주축 선수들이나 주축으로 활약하다 수술-재활 등을 거치며 대폭적인 연봉 삭감을 겪은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과의 격차는 꽤 크다. 그리고 우리 리그에는 FA 수혜자보다 혜택을 받지 못한 선수가 더욱 많다. 형평성 면에서 국내 선수들의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경우는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현실성에 맞게 상한선을 올리는 것. 말은 쉽다. 그러나 그 베일이 걷히며 사실이 공표될 경우 국내 선수들이 느낄 허탈감은 누가 감싸줄 것인가. 동등하게 맞춰주지는 못하더라도 외국인 선수 계약에 대한 고려와 함께 국내 선수들에 대한 복지도 생각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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