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들이 안고 있는 영원한 숙제는 성적과 세대교체의 균형적인 조화다. 최대한 성적을 내면서 젊은 선수들이 꾸준히 주전 선수단에 등장하는게 이상적인데 2년 연속 우승을 거둔 삼성 라이온즈가 좋은 예다.
롯데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데는 꾸준히 젊은 선수들이 팀 내에서 성장한 덕분이었다. 장원준, 조정훈, 강민호, 전준우, 손아섭 등 롯데에서 입단해 성장한 선수들은 이제 팀 핵심전력이 됐다. 2000년대 초반 롯데는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대신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들을 충분히 수집해 지금 꽃피우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2년동안 롯데에 '젊은 피' 수혈이 부족했던게 사실이다. 선수단 평균연령이 높지는 않지만 2군에서 1군으로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적은 것. 전임 감독시절 롯데는 김사율이라는 마무리를 발굴했지만 꾸준히 1군에서 던지던 투수였고, 이용훈이 재등장했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것이었다. 진명호, 김수완, 이재곤 등 젊은 투수들과 정훈, 손용석, 김문호 등 젊은 야수들은 최대한 많은 출장기회를 부여 받았지만 주전급으로 도약하는데 실패했다.

그 이유로 롯데가 꾸준히 4강권 팀이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롯데의 5년간 정규시즌 순위는 3위(2008년)-4위(2009년)-4위(2010년)-2위(2011년)-4위(2012년)였는데 치열한 순위싸움 때문에 자유로운 선수기용을 보여주기 힘들었다.
또한 그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2010년 롯데 팀 평균연령은 27.2세로 KBO 평균이었던 27.5세보다 어렸고 2011년에는 1살 더 줄어 26.2세로 평균 26.6세보다 더 내려갔다. 전체 야구판을 보더라도 롯데는 젊은 팀에 속했었다. 그렇지만 올 시즌 롯데의 평균연령은 26.9세로 평균 26.7세보다 높아졌다. 젊은 선수가 올라오는게 서서히 정체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런면에서 봤을 때 롯데의 김시진 감독 선임은 유망주 육성에 대한 구단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감독 선임 당시 롯데는 "선수육성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감독은 넥센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젊은 선수를 키워내는 성과를 보여줬다. 김 감독 역시 지난달 취임식 때 "젊은 선수들을 키워보고 싶다. 쓸 만한 유망주가 여럿 보인다"고 욕심을 보였다.
일단 야수 쪽에서는 빈 자리 2개가 생긴 만큼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후보는 지명타자 자리를 노리는 김대우다. 2011년 말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김대우는 올해 퓨처스 남부리그에서 홈런과 타점 2위에 오르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 박흥식 타격코치는 김대우를 육성후보로 점찍고 "장래 롯데 4번타자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김주찬이 떠난 좌익수도 빈 자리다. 이인구, 이승화, 황성용 등 경험이 풍부한 외야자원이 있지만 롯데는 김문호가 성장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2006년 입단한 김문호는 덕수정보고 시절 천재타자로 불렸던 선수지만 기대만큼 성장을 못 하고 있다. 그렇지만 1987년생으로 아직 어리고 병역까지 해결해 성장만 해 준다면 당분간 외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마운드에서는 진명호와 이재곤, 김수완, 홍성민 등 젊은 선수들이 레전드 코칭스태프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김 감독과 권영호 수석코치, 정민태 투수코치, 염종석 불펜코치 모두 프로야구 레전드 투수 출신이다. 김 감독은 김주찬 보상선수로 KIA에서 데려온 홍성민을 두고 "선발 요원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또한 이재곤과 김수완은 2010년 보여준 게 있는 선수들이기에 기대가 크고 진명호는 현재 롯데의 젊은 투수들 가운데 잠재력만 놓고 본다면 첫 손가락에 들 정도다.
꾸준히 4강권에 들었던 롯데이기에 내년 '김시진 호'는 성적과 젊은 선수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스프링캠프다. 과연 김 감독의 '간택'을 받아 성장할 선수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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