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서 더 이상 외국인타자는 사치인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2.20 06: 23

2013년 역시 카림 가르시아(전 한화) 특유의 세리머니도, 로베르토 페타지니(전 LG)가 그리던 잠실벌 포물선을 볼 수 없을 것인가.
한국 프로야구가 2년 연속 '외국인선수 전원 투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1998년 국내 프로야구에 처음으로 외국인선수제도가 도입된 이후 올해까지 15년간 총 235명의 외국인선수가 다녀갔다. 도입 초창기에는 외국인타자가 대체적으로 선호됐지만 점점 대세가 기울어 급기야 올해에는 사상 최초로 단 한 명의 외국인타자 없이 한 시즌이 지나갔다.
2013년 역시 마찬가지로 외국인투수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KIA와 LG, 넥센은 올해 뛰었던 외국인투수와 그대로 재계약을 해 내년에도 볼 수 있게 됐다. 삼성과 롯데, 한화는 기존 외국인투수 한 명에 나머지 한 명도 외국인투수로 채우는 게 확정됐다. 또한 SK는 이미 새로운 외국인투수 두 명과 계약을 마쳤다. 두산은 마무리 스캇 프록터의 거취를 놓고 고민 중인데 좌완 선발요원이 있으면 교체할 예정이다.

이처럼 기존 8개구단은 2013년에도 전원 외국인투수로 가는 게 확정적이다. 변수가 남아있는 두산도 타자는 영입대상이 아니다. 신생팀 NC는 3명의 외국인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데 마찬가지로 투수를 뽑을 계획이다. NC 김경문 감독은 "외국인선수 3명 모두 선발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 우리팀서는 풀타임 선발 경험이 있는 투수가 없다. 많은 팀들이 선발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만큼 선발진 강화가 우선"이라고 이미 못박았다.
결국 2013년에도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외국인타자를 보기 힘들 전망이다. 이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수준급 타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 두 번째는 각 팀들이 투수전력 보강에 올인하고 있는 점, 세 번째는 최근 외국인타자들이 부진했던 점 등이 꼽힌다.
우선 수준급의 외국인타자 찾기가 어렵다. 외국인 선발투수를 영입할 때 각 구단에서 잡는 기준점이 10승이라면 외국인타자는 못해도 20홈런 80타점을 넘겨주길 바란다. 2012년 기준으로 20홈런과 80타점은 리그에서 6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해당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 의미와도 통한다.
그렇지만 외국인선수 시장에서 그만큼 성적을 올려줄 능력이 있는 선수는 투수보다 비싸다. 모 구단 외국인선수 담당 스카우트는 "해외 시장역시 장타자가 투수보다 귀하다. 만약 20홈런을 쳐 줄 능력이 있는 선수와 10승을 거둘 선수가 있다면 투수 쪽이 더 몸값이 싸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국내 구단들이 투수를 더 원하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야구지만 현실적으로 선수층이 얇은게 사실이다. 외국인선수를 제외한다면 5선발 체제를 꾸릴 선수가 부족한 구단이 태반이다. 올해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모두 22명인데 그 가운데 외국인투수가 10명이다. 결국 구단별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가 1.5명에 그친다는 말이 된다.
상위권으로 가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하다. 이닝소화 순위를 보면 1위부터 7위까지 외국인투수가 점령하고 있다. 토종 선수는 3위 류현진(182⅔이닝) 뿐이다. 외국인투수가 늘어나며 토종 선수들이 등판할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이유지만 실제로는 공을 오래 던져줄 선수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한국에서 뛰었던 외국인타자가 부진했던 이유도 있다. 2011년 큰 기대와 함께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라이언 가코는 타율 2할4푼3리 1홈런 28타점으로 초라한 성적을 남겼고 코리 알드리지(전 넥센)는 20홈런 73타점을 올렸지만 타율이 2할3푼7리로 너무 낮았다. 가르시아 역시 홈런 18개 61타점으로 활약했지만 타율 2할4푼6리로 다소 부진해 결국 한국을 떠났다.
야구 전문가들은 타자가 투수보다 한국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투수들은 자기의 공을 던지면 되지만 타자는 투수들에 대해 어느정도 분석이 이뤄져야 활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직 구단들의 외국인선수 구성은 끝나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9개구단 19명의 선수가 모두 투수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힘으로 하늘에 포물선을 그리는 외국인타자를 한국 프로야구에서 언제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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