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주춤했던 현대건설이 3연승을 달리며 상위권 도약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좋은 멤버에도 불구하고 기복 있는 플레이로 상승세를 잇지 못하며 이기고 지고를 반복했던 현대건설은 3라운드 첫 경기서 ‘강호’ 도로공사(3-1)를 꺾더니 용병 케이티가 가세한 KGC인삼공사(3-0)전도 승리로 장식하며 시즌 첫 3연승에 성공했다.
현대건설 상승세의 가장 큰 주역은 역시 최고의 센터로 평가되고 있는 양효진(23, 190cm)이다. 양효진은 큰 고비였던 도로공사전에서 블로킹 6개와 서브에이스 3개를 포함, 외국인 용병인 야나(21점)보다 더 많은 24점을 기록했다. 또 KGC인삼공사를 상대로도 블로킹과 서브에이스를 각각 4개씩 잡아내며 22점을 터트리는 등 연일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블로킹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양효진은 현재 세트당 1.053개를 기록하며 여자부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세트당 1개 이상의 블로킹을 잡아내고 있다. 단연 1위다. 아직 시즌이 절반 이상 남았지만, 이대로라면 블로킹 부문 4연패 달성이 유력하다.

큰 키도 한 몫을 하겠지만. 압도적일 만큼 뛰어난 양효진의 블로킹 능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현대건설의 황현주 감독은 3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 번째는 높이다. 황 감독은 190cm의 큰 키는 물론이고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보고 뜨는 타이밍이 상당히 좋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손모양이다. 아무리 좋은 타이밍에 떠도 제대로 된 손모양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터치아웃 되기 쉬운 게 배구다. 그러나 황 감독은 양효진의 블로킹 손모양을 가리켜 “흠잡을 데 없다”며 칭찬했다.
마지막은 본인 스스로의 노력이다. 타고난 재능도 크지만, 양효진은 스스로 상대 선수를 분석하고 습관이나 패턴을 머리 속에 넣어두는 작업을 게을리지 하지 않는다. 황현주 감독도 이 부분을 칭찬했다.
황 감독은 “어린 나이지만 언제나 상대팀 비디오 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많이 보면서 분석하고 익히다 보니 그런 것들이 순간적으로 경기에서 나오고 있다. 또 올림픽 경험도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초반에는 너무 잘하려 하면서 감을 못 찾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제는 완전히 물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양효진은 한 가지를 더 보탰다.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가령 축구에서 공격수들이 갖가지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듯 양효진 다양한 장면을 생각하며 플레이를 구상한다. 양효진은 블로킹 비결을 묻는 질문에 “머리 속으로 생각을 하면서 상대 이렇게 공격할 때는 어떤 타이밍에서 뜰지, 또 어떻게 손모양이나 각도를 가져갈지 생각을 좀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런 것들이 의외로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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