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좌완 선발이 필요했던 팀이다. 빠른 공은 아니지만 안정된 제구력과 좋은 체인지업 구사력을 갖춘 젊은 투수인 만큼 기대해 볼 부분은 충분하다. 신생 9구단 NC 다이노스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출신 좌완 애덤 윌크(25)를 첫 외국인 투수로 낙점했다.
메이저리그 한 관계자는 “올 시즌 디트로이트에서 잠시 활약했던 좌완 윌크가 NC와 계약했다”라고 전했다. 정규 시즌 이후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던 윌크는 20일(한국시간)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었다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공식 발표했다.
윌크는 메이저리그에서 승리 기록 없이 8경기 3패 평균자책점 6.66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 트리플A에서 총 24경기에 선발로 나서 7승 11패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4시즌) 통산 30승 23패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 중이며 주로 선발투수로 활약한 유망주. 디트로이트가 공을 들였던 선발 유망주였으나 FA 대어였던 우완 선발 아니발 산체스가 잔류를 결정했고 따라서 디트로이트가 윌크의 앞날을 위해 풀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직구 평균 구속이 142km 가량으로 알려진 윌크는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에 따르면 좌타자를 상대로 주로 슬라이더(35%)로 승부하며 우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29%)을 구사하는 기교파 투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왼손 투수로서 역회전되는 싱커성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인데다 우타자 바깥쪽 제구력이 뛰어나다는 평도 받고 있다.
여러모로 김경문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의 투수임을 알 수 있다. 2004년 두산 부임 초기 김 감독은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좌우 코너워크 능력이 뛰어난 게리 레스를 에이스로 내세웠고 레스는 그 해 17승을 올리며 공동 다승왕좌에 올랐다. 당시 최하위권으로 분류되었던 두산은 레스의 활약을 앞세워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레스 이후에도 김 감독은 좌완 선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완과의 조화 등 구색 면은 물론 빠른 공은 아니더라도 볼 끝의 움직임이 좋고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매력을 갖췄다면 선발로서 중용했다. 이혜천(두산), 금민철(넥센, 공익근무 중)에게 선발 기회를 부여했고 히어로즈에서 이현승(두산, 상무)을 데려온 데에는 좌완 선발에 대한 바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산 시절 김 감독은 레스 이후 좌완으로 큰 재미를 못 보았다. 레스는 2008년 다니엘 리오스(전 야쿠르트)의 이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시 돌아왔으나 큰 활약을 못하고 중도에 스스로 계약을 해지했다. 2009년 SK에서 방출된 크리스 니코스키를 영입했으나 결론적으로 니코스키가 두산을 위해 올린 승수는 단 4승에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부상을 입으며 시즌을 접었다.
그나마 2010시즌 좌완 레스 왈론드가 페넌트레이스 7승, 포스트시즌 마당쇠 역할로 공로를 보여줬으나 믿음직한 좌완 선발은 아니었다. 윌크의 경우는 직구가 빠르지 않은 대신 체인지업 구사도가 높아 벤자민 주키치(LG)보다 앤디 밴 헤켄(넥센)과 비슷한 스타일의 투수로 레스와도 비슷하다. 두산 시절 왼손 선발 투수에 대한 바람이 컸던 김 감독인 만큼 젊은 기교파 투수인 윌크를 택한 것은 더욱 재미있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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