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불어난 외야진, 생존 경쟁 시작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2.20 10: 40

올 시즌 막판 외야진 공백으로 군 제대 선수를 곧바로 1군 엔트리에 등록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세 명이 군에서 제대했고 전도유망한 신인까지 전열에 가세하며 주전 경쟁은 물론이고 세대교체 움직임도 꿈틀대는 중. 2013시즌 두산 베어스 외야진이 어떻게 운용될 것인지 여부는 향후 팀의 움직임과도 직결되어 있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3위를 기록하고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전적 1승 3패로 한 해를 마친 두산은 최근 2년 간 예년에 비해 허약해진 외야진으로 인해 고전했다. 지난 시즌에는 주전 중견수 이종욱의 부상 공백을 메우지 못해 5월을 어렵게 보냈고 올 시즌 막판에는 우익수 정수빈의 안면 골절상으로 인해 10월 3일자 제대한 민병헌을 이튿날 곧바로 1군 엔트리에 등록했던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장타력을 갖춘 우익수 요원 이성열을 넥센에 보낸 대신 프런트에서 점찍은 좌타 1루수 오재일을 데려온 두산이다. 결과적으로 이성열이 이적한 것이 정수빈의 갑작스러운 부상 공백을 내부에서 메우지 못하고 군 제대 선수로 메운 격이 되었다. 베테랑 임재철도 지난 시즌 발목 수술, 올 시즌 오른손 소지 골절상으로 출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년 간 두산 외야진은 풍족하기보다 부족했다는 평이 맞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발 빠른 2년차 정진호가 상무 입대한 대신 경찰청에서 민병헌을 비롯해 오현근, 박건우가 잇달아 제대하며 전열에 가세했고 올해 고교 외야수 최대어로 꼽힌 김인태(천안 북일고 졸업예정)와 이우성(대전고 졸업예정)이 1,2순위 신인으로 입단했다. 좌익수 김현수-중견수 이종욱의 주전 구도는 일단 확실한 두산이지만 외야 물밑 경쟁, 특히 우익수 자리에서 불꽃 튀는 경쟁이 점쳐진다.
기존 임재철, 정수빈은 절치부심하며 다음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선수생활 막바지를 두산에서 제대로 공헌하고 싶어하는 임재철은 아직 젊은 선수들보다 뛰어난 송구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타율 2할4푼3리에 출루율 2할8푼3리로 장점이던 선구안 쪽에서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 주전 우익수 정수빈도 국내 최고급 수비력을 갖췄으나 타율이 2할3푼5리로 낮았고 종아리 부상에 이어 안면 골절상으로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경찰청 제대한 민병헌, 박건우의 주 포지션은 바로 우익수 자리. 2007년 30도루를 기록하는 등 한 때 두산 발야구 선봉장 중 한 명이던 민병헌은 퓨처스리그 2년 간 평균 3할5푼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비록 포스트시즌에서는 실전 감각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볼을 고르는 능력에서 군 입대 전보다 나아졌다는 평을 받았다. 마무리훈련 도중 무릎 부상으로 중도 귀국한 민병헌이지만 강견과 준족을 갖춰 1군 풀타임 외야수로는 확실한 실력을 갖췄다.
박건우는 박종훈 현 NC 육성이사가 2009년 두산 2군 감독 시절 “당장 1군에 필요한 외야수라면 정수빈이고 미래의 주전감을 찾는다면 박건우”라고 평했을 정도로 성장 가치가 높은 선수다. 미래의 5툴 플레이어감으로 일찍부터 팀 내 인정을 받았으며 400m 이상의 중장거리 달리기에서는 팀 내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기본적인 지구력이 뛰어나다. 운동능력 면에서는 단연 팀 내 탑클래스 외야수다. 또 다른 제대병 오현근도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 컨택 능력을 갖춘 다크호스다.
 
신인 쪽에서도 눈여겨 볼 선수가 있다. 올해 고교 최대어 외야수로 꼽힌 좌타자 김인태가 주인공으로 김인태는 올해 4할6리(96타수 39안타) 3홈런 25타점 15도루를 기록, 정확성과 장타력에 빠른 발까지 자랑했다. 2학년 시절에는 투수로도 마운드에 올라 148km의 빠른 직구를 던졌을 정도로 강견까지 갖췄다. 두산 입단 신인들 중 가장 1군 전력에 가까이 접근한 월척 신인이다.
대전고 중심타자 출신이자 김인태와 함께 청소년대표로 활약한 오른손 외야수 이우성은 ‘미래의 김동주’로도 평가받은 유망주다. 원 포지션이 외야수가 아닌 만큼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일발장타력은 확실하다. 이우성의 경우는 당장 즉시전력감이기보다 2군에서 좀 더 기량을 연마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두산의 팀 컬러 중 하나는 바로 화수분 야구. 주전 선수가 불의의 부상을 겪었을 때 유망주가 치고 올라와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팀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했다. 내년 두산 외야진에서 그 화수분 야구 시즌2의 주인공이 나올 것인가. 아니면 기존 1군 외야수들이 다시 제 위력을 떨치는 한 해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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