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광수가 그린 기린 그림은 어떤 모습일까.
하반기 최고의 멜로드라마로 꼽히는 KBS 2TV '착한 남자'가 끝나고 이광수를 만났다. 드라마, 예능, 영화까지 종횡무진하며 남녀노소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만 영화 홍보 외에 좀처럼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서지 않던 그다.
작품 속 인상 깊은 연기와 리얼 버라이어티 속 귀여운 허당 매력까지, 과연 그 매력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힘든 이광수. 속살이 궁금했던 그와 솔직하고도 담담한 수다를 나눴다. 이광수는 요즘 한창 휴대폰 게임 '내가 그린 기린 그림'에 빠져있다고 했다. '런닝맨' 멤버 김종국과 누가 더 그림을 잘 그리는 지 대결을 하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학창시절에 미대 진학을 꿈꿨을 만큼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요즘은 정식으로 그림을 그리지는 못하고.. 대신 '내가 그린 기린 그림' 게임 있잖아요. 그걸로 위로하고 있어요. 하하하. 종국이형도 잘 그리거든요. 각자 그림 그려서 대결하는데 제가 지면 속상하더라고요. 하하하"
소소한 농담으로 긴장을 푼 이광수와 나눈 일문일답.
- '착한 남자'를 끝낸 소감은?
섭섭한 감정은 많지 않다. (송)중기도 그렇고 (문)채원, (박)시연 누나 등등 계속 연락하고 지내고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하지만 '박재길' 역할을 다시는 못하게 됐다는 사실에 대한 섭섭함이 크다.
- '박재길' 역에 애착이 많았나 보다
내게는 많은 의미가 있는 역할이었다. 처음 해보는 부잣집 도련님, 또 여자에게 사랑받는 캐릭터였다.(웃음) 배운 것도 많다. 내가 이런 역할, 이런 연기를 할 줄 알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다 해보고 나니 조금 뿌듯한 느낌이랄까.
- 무엇이 그토록 뿌듯했나
그간 난 감정 연기를 해 볼 경험이 많이 없었던 거 같다. 그냥 재밌고 웃긴 역할 말고 페이소스에서 감동이 우러나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마루(송중기 분)가 죽을 수도 있단 사실을 알고 나서 웃고 있어도 가슴 속에는 다른 감정이 깃든.. 그런 연기를 어떻게 해내야 할지, 그런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고 배워갔던 것 같다.
- 예능 활약도 두드러진다. SBS '런닝맨' 속 이광수는 100% 실제일까.
실제와 가깝다. 하지만 카메라 안에서와 밖에서 나의 모습은 다른 것 같다. 카메라 안에서는 내가 무엇을 해도 시청자분들이 이해하고 용서하시는 거 같다. 또 (유재석, 김종국 등) 형들이 잘 봐주고 끌어주고 그런 부분들 때문에 재미가 더 부각되는 면도 있다.
- '착한 남자' 속 이광수와 '런닝맨'의 이광수는 확연히 다르다. 연기 활동과 예능을 병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을 거 같다
맞다. '런닝맨'이 재밌어야 하는데 '착한 남자'에서 본 재길 때문에 몰입이 안 될 수도 있고 '런닝맨' 속 모습 때문에 '착한 남자' 속 캐릭터에 몰입이 안 된다 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풀어야 될 숙제라고 생각한다. 작품 속 연기와 예능 매력이 완벽히 분리될 수 있도록 내공을 쌓아야 한다. '런닝맨'을 당장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랫동안 해오면서 이젠 일상처럼 되어 버렸고 멤버들이 모두 가족 같다.

- 멤버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연예계 마당발로 유명하다. 가장 친한 연예인은?
'런닝맨' 멤버들도 다 친하고. 중기랑도 제일 친한 것 같다. 중기도 '런닝맨' 하면서 만나서 알게 된 건데 이번에 드라마까지 같이 하게 돼서 참 좋았다. 함께 캐스팅이 되고 나서 첫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만나서 서로 역할에 대한 분석도 주고받고 의견을 많이 나눴다. 가장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친구다. 또 조인성 형님, 차태현 형님과 종종 만나 술자리를 하고 대화 나누는 것을 즐긴다.
- 송중기, 조인성과 술자리를 자주 한단 얘기를 들었다
술을 잘 하지는 못하는데 술자리 분위기를 좋아한다. 주량은 소주 2병정도? 분위기나 컨디션에 따라 조금 다른 것 같다. 술 마시면서 작품이나 연기 얘기하고 서로 조언하거나 배우고 그런 시간들이 즐겁다.
- 다들 바쁜 스타들인데, 함께 모이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
사실 혼자 있는 것보다 함께 있는 게 좋다. 중기랑 연락해서 집에도 자주 놀러간다. 서로 일이 없을 때 시간이 맞으면 자주 보려고 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이광수를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중기네 집이다.(웃음)
- 이제 '착한 남자'도 끝나고 여유가 좀 생겼을 것 같은데 계획은?
그동안 못 챙긴 사람들 좀 챙기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다. 얼마 전에 부모님이 살고 계신 본가에 갔는데 그 전에 만났을 때보다 또 달라져 계셨다. 자주 찾아가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 그동안 너무 이기적으로 살지는 않았나 생각한다. 가족들과 친구들 많이 만나고 챙기고 싶다. 또 어딘가 여행을 가고 싶다. 비행기도 '런닝맨' 녹화하면서 처음 타봤다. 해외든 국내든 여건이 되는 대로 바람을 좀 쐬고 올 생각이다.
-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나는 이런 면도 가진 사람입니다'라고 보여주고 싶다. 물론 아직은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기에 이른 것 같다. 할 수 있는, 주어진 역할들을 하면서 점차 폭넓은 역할들을 만나고픈 게 바램이다.
- 이제껏 해본 적은 없지만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은?
일종의 악역? 처음부터 나쁜 사람으로 나오는 것보다 알고 보니 악역인 캐릭터. 반전 있는 역할을 꼭 하고 싶다. '추격자' 하정우 선배님의 연기를 보며 많이 놀랐고 부러웠다. 내공이 쌓이고 기회가 온다면 꼭 그런 역할도 만나고 싶다.
이광수는 '런닝맨'을 통해 기린이란 별명을 얻었다. 키가 크고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이 아니다. 이광수는 '기린' 애칭 하나로 길거리 꼬마들까지 거리낌 없이 '광수!'라고 부를 수 있는 인기 스타가 됐다.
한 때는 190센티에 육박하는 장신 때문에 TV 활동은 힘들 거라는 관계자들의 말에 마음고생도 했다. 키가 너무 커서 브라운관에서 보기엔 부담스럽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우월한 기럭지'가 너무나 고맙고 사랑스러운, 모두의 스타 이광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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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