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불소리만 들어도 공포, 소방관 존경받아야"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12.20 10: 58

거대한 쓰나미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최만식이 이번엔 불과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 강영기로 돌아왔다.
영화 '해운대'로 천만 관객의 사랑을 받은 배우 설경구가 또 한 번의 재난 영화를 들고 연말 극장가를 찾는다. 108층의 초고층 빌딩에서 벌어진 화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다룬 영화 '타워'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인 것.
이 대목에서 '또 재난영화야?'라는 생각을 한 이들이 많으리라. 워낙에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해운대'였기에 그때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다시 한 번 재난영화 출연을 결정지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설경구는 '타워'가 재난영화인지 모르고 출연을 결정지었다. 게다가 블록버스터 영화인지도 몰랐다고. 심지어 촬영하면서도 '타워'의 스케일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작은 영화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설경구는 왜 '타워'를 선택했을까. 지난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설경구는 '타워' 출연을 결정짓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술 한 잔 걸치고 이뤄진 감독과의 전화통화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더불어 촬영 현장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현장 분위기도 전해 영화 자체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개봉을 앞두고 많이 떨리겠다.
▲ 올 한해 한국영화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서 2012년 마지막 한국영화인 우리가 잘 안 되면 내년 한국영화계에 피해를 줄까 걱정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한 해의 끝과 한 해의 시작이 좋아야 하지 않겠나.
- '해운대'에 이은 또 한 번의 재난영화다.
▲ 블록버스터라 서도 아니고 재난영화라 서도 아니었다. 사실 '타워' 김지훈 감독이 밥 한번 먹자고 해서 '타워' 얘기도 하고 이것저것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받으러 나간 자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지방에서 다른 영화를 찍고 있을 때 김지훈 감독이 촬영장에 시나리오를 가지고 나를 만나러 왔었다고 하더라. 결국 만나지는 못했는데 나는 그것에 대한 기억이 없다. 왜 못 만났었는지 이유도 모르겠으니까 더 미안해지더라. 그리고 김지훈 감독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배짱도 있는 사람인 것 같고 해서 술 한 잔 먹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감독에게 전화해서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시나리오도 읽기 전이었다. 그래서 나는 블록버스터, 재난영화인지도 몰랐다. 심지어 촬영장에서도 스케일을 몰랐다. 눈앞에 보이는 큰불을 해결하고 사람들 구하는 연기를 했는데 우리가 볼 때는 스케일이 큰 느낌이 아니었다.
- '해운대'보다 더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 '해운대' 촬영하면서는 물 맞은 것도 없었다. 쓰나미는 CG로 하고 단지 나는 쓰나미가 왔다는 생각만 하고 연기를 했었다. 전봇대 장면에서만 물에 들어갔다. 물영화라고는 하지만 배우들이 물과의 사투를 벌인 것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타워'는 CG가 아니다. 세트장에서 지를 수 있는 한도의 불을 다 질렀다. 진짜 원 없이 불 질렀다. 진짜 불은 무섭더라. 안전장치가 있다는 것을 아는데도 불 소리를 들으면 무서웠다.
- 소방관 역할.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 장화가 특수장화고 국내 소방관분들이 쓰는 헬멧은 멋이 안 난다고 해서 미국에서 멋있는 헬멧을 공수해왔다. 그런 장비를 착용하고 촬영에 들어가면 무조건 뛰는 거다. 덕분에 호흡이 가빠지니까 유독가스를 많이 마시게 됐다. 정말 매일 두통에 시달렸다. 정말 소방관분들은 존경받아야 하는 분들이다. 우리는 커트하면 잠시 쉬었다 가기라도 하지만 그분들은 목숨을 내놓고 화재 진압하시는 것 아닌가. 진짜 대단하다.
- 힘든 촬영이었지만 촬영 현장이 재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즐거운 촬영이었다. 촬영 끝나면 항상 다들 모여서 회포를 풀었던 것 같다. 유독가스의 해독을 술로 한 셈이다(웃음). 촬영 현장엔 소모임들이 많았다. 구성원들이 모나지 않고 팀워크가 정말 좋았다. 이런 영화에서 한두 명이 피곤하다고 집에 간다고 하면 못 잡는다. 그런데 그런 사람 없이 다들 '오늘은 뭐 없나' 이런 분위기였다(웃음)."
- 손예진과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를 처음 해보는 손예진이기에 그녀가 많이 고생했을 것 같다.
▲ 예진이한테 들어보니 그동안 항상 부담을 가지고 영화를 찍었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이렇게 편하게 찍은 적이 처음이라고 했다. 물 맞는 촬영이 되게 힘든데 물놀이를 간다고 하는 걸 보고 놀랐다. 예진이는 정말 재밌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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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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