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이 단독으로 추진하던 '인민 루니' 정대세(26, 쾰른) 영입전에 대전 시티즌이 뛰어들었다. 과연 승산이 있는 싸움일까.
소속팀 쾰른에서 입지가 약해지면서 이적을 위해 K리그 수원과 접촉 중이던 정대세가 대전과 만남을 가진 사실이 알려졌다. 사령탑부터 시작해 변화를 꾀하고 있는 대전이 상품성과 기량을 갖춘 정대세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본격적인 영입전에 뛰어든 것이다.
정대세 영입을 진지하게 검토한 대전은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쾰른은 수원이 제시한 선임대 후이적과 이적료 30만 달러(3억 2000만 원)의 조건이 모두 거절당한 상태였다. 수원과 이적료 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던 쾰른은 새로 등장한 대전에 호의적이었다.

대전은 쾰른이 만족할 만한 선에서 이적료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쾰른도 대전의 정대세 영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쾰른의 협조 하에 전종구 사장이 직접 독일로 날아가 정대세를 만났을 정도다. 3박 4일 일정으로 독일 쾰른에 도착한 전 사장은 직접 경기를 관전하고 정대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쾰른과 달리 수원행을 꿈구던 정대세는 대전의 부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전 사장은 대전이 정대세를 얼마나 원하는지, 대전에서 정대세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강조했다. "대전에서라면 에이스가 될 수 있다,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될 수 있다"고 정대세를 설득했다.
대전에 있는 실향민 15만 명의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북한대표팀 축구선수가 대전에서 뛴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일 사람이 15만 명이라는 것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평양에 갔던 자신의 경험도 곁들였다. 남북통일축구 취재를 위해 평양을 찾아 박두익과 만난 경험을 이야기하며 정대세의 닫힌 마음을 조금씩 열었다.
완강히 수원행을 고집하며 침묵하던 정대세도 전 사장과 대화가 길어질수록 조금씩 말문을 열었다. 한 구단의 사장이 선수 영입을 위해 직접 움직이는 일이 드문 만큼, 정대세로서는 전 사장의 독일행에서 대전의 진정성을 엿봤을지 모를 일이다.
전 사장은 "이번 주 안으로 사실상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며 정대세 영입전 승리를 자신했다. 쾰른 측과 이적 협의가 끝난 상태에서 서로 훈련 스케쥴까지 주고 받았다. 정대세도 처음의 태도를 버리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희망적이다. 전 사장은 "원한다면 연봉도 수원 수준으로 맞춰 줄 의향이 있다"고까지 엄포를 놨다. 승산 없는 싸움이 아닌 이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정대세 영입전 승리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결국은 정대세의 의지가 관건이다. 정대세가 수원을 선택하느냐, 대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쾰른으로부터 20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휴가를 받은 정대세는 자신의 거취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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