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선을 보일 SK의 새 외국인 선수 크리스 세든(29)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벤자민 주키치(LG)나 쉐인 유먼(롯데)과 같은 성공사례를 쓸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몰린다.
SK는 지난 6일 세든의 영입을 공식발표했다. 193㎝의 큰 키를 갖춘 왼손 투수인 세든은 메이저리그 통산 38경기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 5.47을 기록했다. 올해도 클리블랜드 소속으로 17경기에 중간계투로 나서 1승1패 평균자책점 3.67의 성적을 냈다.
메이저리그 통산 38경기 중 선발로 나선 경험은 6차례에 불과하다. 대부분을 중간에서 뛰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 성적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총 286경기 중 270경기를 선발로 뛰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불펜으로 활용했을 뿐 선발자원이라는 뜻이다. SK도 세든을 선발투수감으로 점찍고 영입전에 나섰다. 김광현 외에는 다른 왼손 선발 자원이 없는 팀 선발진까지 고려한 선택이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세든의 직구 구속은 90마일(144㎞) 정도다. 왼손 투수치고는 느린 구속이 아니다. 진상봉 SK 운영팀장도 “직구 구속은 143㎞에서 145㎞정도다. 최대 92마일(148㎞)까지 던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130㎞ 전후의 슬라이더와 서클 체인지업이 주요 변화구다. 간간이 커브도 섞는다. 구종 자체는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진 팀장은 “기본 구위, 제구력, 변화구 구사능력 등을 폭넓게 봤다”라면서도 “구속보다는 다른 쪽에 더 주목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안정감이다. 진 팀장은 “빠른 볼을 던져도 제구력이 좋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2볼이나 3볼에서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에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왼손이라는 희소성이다. 진 팀장은 “한국프로야구에서 잘 치는 타자들은 왼손이 많다. 왼손투수는 확실힌 이점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한국 무대를 밟은 주키치나 유먼, 앤디 밴헤켄(넥센)의 경우도 왼손이라는 이점을 톡톡히 누렸다. 괜찮은 왼손투수라면 기본은 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투구폼에서의 이점도 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세든은 다소 상체가 앞으로 숙여진 투구폼이었다. 그러나 2012년 영상 자료를 보면 상체가 꼿꼿하게 서 있다. 그러면서 와일드한 투구폼이 가능해 졌다. SK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진 팀장은 “일단 키가 커 각도가 크다. 투구폼도 와일드하다. 그러면서도 릴리스 포인트를 안정되게 앞으로 끌고 나올 수 있는 투구폼을 갖췄다. 공 끝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높은 점수를 줬다.
폼도 생소한 편이지만 볼을 빼는 시점이 다른 투수들에 비해서는 다소 불규칙하다는 장점도 있다. 주키치와 유먼의 사례를 돌아볼 수 있다. 극단적인 크로스 스탠스인 주키치의 공은 좌타자로서는 등 뒤에서 공이 날아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유먼은 투구 동작에서 팔을 빼는 동작이 일정치 않아 국내 타자들이 적응에 애를 먹었다. 세든에게도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SK가 올해 고전했던 것은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과도 연관이 있다. 아퀼리노 로페즈의 퇴출, 마리오 산티아고의 부상, 데이브 부시의 부진이라는 삼중고가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세든이 연착륙한다면 한결 수월하게 마운드를 운영할 수 있다. 왼손 에이스 김광현의 몸 상태를 장담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도 세든의 활약은 반드시 필요하다. 민경삼 SK 단장은 “영입과정을 쭉 지켜봤는데 잘할 것 같다”라는 말로 팀의 기대치를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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