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손예진 "숯검정 분장 망설임? 재밌던데요"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12.20 16: 17

로맨스 영화를 볼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 중 하나가 소위 말하는 남녀 주인공의 '케미'다. 남녀 주인공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두 사람이 실제로 사귀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의 찰떡궁합을 보여주는지 관객들은 남녀 주인공의 '케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케미'의 한가운데 배우 손예진이 있다. 무슨 뜻일까. 어떤 상대배우를 만나더라도 찰떡궁합의 '케미'를 자랑하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는 의미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배우 정우성과 그랬고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배우 김주혁과 그랬으며 영화 '오싹한 연애'의 배우 이민기와도 그랬다. 누구와 함께해도 그녀는 빛이 났다.
이는 남자들의 로망 1순위로 꼽힐 만큼의 아름다운 외모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캐릭터 분석을 철저히 하고 극 중 인물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손예진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이번엔 '케미'는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보다는 이야기에 더욱 시선이 가는 블록버스터 영화 '타워'에 참여했다. 게다가 전체적인 극을 이끌어 가는 주도적인 인물도 아닌 재난 속에서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유독 로맨스 영화에서 빛이 났던 그녀가 왜 블록버스터 영화에 참여한 걸까. 지난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손예진은 이 작품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단다. 그리고 여러 명의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하는 작업에도 호기심이 들었다고 전했다.
"사실 시나리오 보고서는 촬영이 얼마만큼 힘들지는 감이 잘 안 와요. 글로만 보는 거니까요. 그런 것도 그랬고 육체적으로 힘들까봐 '타워'를 선택하는 것에 대해 망설임은 없었어요. 이 시나리오가 어떻게 영화로 나올까 궁금했던 거죠. 그리고 저는 원래 블록버스터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캐릭터 중점이 아니라 전체적인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타워'는 놓치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또 여러 명과 함께 하는 작업에도 호기심이 있었고요."
육체적 고생에 대한 망설임은 없었다고 했지만 '타워'의 촬영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물과의 사투가 많았던 손예진은 쏟아지는 방대한 양의 물속에서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고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게다가 처음으로 해보는 공동작업에 대한 긴장감에 실수하면 안 된다는 걱정도 컸다고.
"일단 물은 제가 그 많은 양의 물을 맞아본 적이 없으니까 어느 정도의 세기인지를 몰랐어요. 그리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심하지는 않대'라고 하셨고요. 그런데 물의 위력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위험한 순간들도 많았어요. 물은 물대로 덮쳐오고 곳곳에 촬영 장비들이 있었으니 이것들이 물에 휩쓸려 자칫하면 무기가 될 수 있었거든요. 불같은 경우엔 불 때문에 고생했다기보단 불 끄는 장면에서 많이 긴장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게 내면적인 연기도 아니고 해본 적도 없어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걱정이 들었거든요. 또 공동작업이 처음이라 낯설기도 했고요(웃음)."
위험한 순간들, 육체적으로 힘든 순간들이 많았지만 손예진은 촬영이 마냥 즐거웠단다. 함께 출연한 배우 설경구가 '손예진이 물 맞는 장면을 촬영하러 가면서 물놀이 간다고 하더라'며 증언했을 정도. 처음 느껴보는 배우들·스태프들 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그녀를 즐겁게 만든 요인이다.
"촬영이 진짜 재밌었어요. 일단 김상경 씨는 든든했죠. 항상 챙겨주시고 현장에서 분위기 좋게 하려고 노력하시는 스타일이에요. 사실 그게 힘들거든요. 본인도 힘들고 지치니까요. 그런 부분이 좋았고 같이 넘어지고 같이 구르고 하니까 진짜 든든하더라고요(웃음). 설경구 선배님은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엄청난 선배이신데도 불구하고 본인을 드러낸다거나 주장을 강요한다거나 그러지 않으셨어요. 그러기가 더 힘들거든요. 아는 게 많을수록 말하고 싶어하는데 그런 모습이 없는 게 좋아 보였고 나도 저렇게 돼야지 생각했어요."
손예진은 극 중 108층의 초고층 빌딩 타워스카이의 푸드몰 매니저 서윤희로 분해 갑작스레 닥친 재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루에 벌어진 일이기에 옷은 푸드몰 매니저 옷 단 한 벌, 게다가 건물에 발생한 화재로 얼굴과 옷엔 온통 재투성이다. 여배우로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을 텐데 이에 대한 망설임은 없었을까.
"저는 극 중 상황에 맞는 옷을 입고 그 인물로 완벽하게 분해 있을 때가 제일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숯검정 분장하는 거 오히려 재밌던데요. 오히려 보시는 분들이 더 걱정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웃음). 극 중 상황에 맞게 하는 거라 예쁘게 보이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편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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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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