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흔들리더라도 이내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강호들의 진정한 힘이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던 대한항공에는 그 저력이 있었다.
대한항공은 20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NH농협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초반 난조를 극복하며 3-1(21-25 27-25 25-16 25-21)로 역전승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3위 대한항공(7승5패, 승점 23)은 2위 현대캐피탈(8승4패, 승점 23)과의 승점차를 지우며 2위 싸움에 불을 붙였다.
1세트까지만 해도 대한항공의 무기력함이 도드라졌다. 초반 흐름이 대단히 좋지 않았다. 특히 주포인 외국인 선수 마틴의 부진이 심각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가스파리니-문성민 쌍포가 폭발하며 1세트를 쉽게 가져왔다. 가스파리니는 1세트에서 10번의 공격을 모두 성공시켰고 문성민이 6점을 거들었다.

2세트에도 대한항공의 흐름은 나아지지 않았다. 마틴은 부진을 거듭한 끝에 결국 벤치로 내려 앉았다. 그 와중에 18-22까지 끌려가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그때부터 대한항공 특유의 강서브와 수비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23-24에서 가스파리니의 범실로 세트를 듀스로 끌고 간 대한항공은 25-25에서 상대 범실과 곽승석의 블로킹 득점에 힘입어 극적으로 세트를 가져왔다.
2세트를 따낸 기세와 살아난 조직력을 더해 3세트를 쉽게 이긴 대한항공은 4세트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하지만 막판 뒷심은 대한항공이 더 강했다. 17-15에서 문성민의 공격을 마틴이 막아내며 흐름을 가져온 대한항공은 19-17에서 이영택의 속공으로 먼저 20점 고지를 밟았다. 이후 21-18에서 마틴의 서브 득점으로 승기를 잡았고 마틴이 연거푸 해결사로 나서며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했다.
승리의 주역은 마틴을 대신해 주포 몫을 톡톡히 한 김학민이었다. 김학민은 22득점과 공격 성공률 65.51%를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해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는 곽승석도 11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1·2세트에 극도로 부진했던 마틴은 3세트 이후 서서히 살아나며 18점을 기록, 초반에 진 빚을 만회했다. 강서브의 팀답게 서브 에이스에서는 8-1로 현대캐피탈을 압도했다.
반면 승기를 잡았던 현대캐피탈은 2세트에서 뒤집힌 것이 뼈아팠다. 한 번 흐름을 뺏기자 다시 일어서는 것이 어려웠다. 가스파리니가 26점, 문성민이 19점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고비 때마다 뼈아픈 범실이 속출하며 역전패했다. 범실도 24-17로 대한항공보다 더 많았다. 1위 삼성화재(승점 29) 추격에 박차를 가했던 현대캐피탈은 이날 패배로 2위 자리마저 위태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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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