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상경은 당연히 진중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귀여운 수다쟁이였다. 중얼중얼 설명을 덧붙이는 것만 해도 한세월이었다. 그래도 그의 수다는 지루하지 않았다. 김상경이 풀어놓는 기나긴 이야기는 깊은 역사의식이 담겨 있었다.
김상경은 지난 20일 방송된 MBC 토크쇼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했다. 제작진과 사전인터뷰만 무려 6시간이나 했다. 강호동은 혀를 내둘렀다. 철저한 준비성만큼 말도 정말 많았다.
데뷔 후 14년 만에 출연한 첫 단독토크쇼였다. 게다가 평소 진중한 모습으로 기억되던 연기파 배우다. 그런데 귀엽기 짝이 없는 달변가였다. 그렇게 ‘무릎팍도사’는 70분 동안 쉴새 없이 반전이 펼쳐졌다.

김상경은 시작부터 집안의 막내다운 애교 만점 대화법을 보여줬다. 오죽하면 MC 강호동이 ‘아줌마 톤’이라는 강력한 한방을 날렸을까. 그래도 굴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꿋꿋하게 중얼중얼거리는 대화법으로 웃음을 안겼다.
제작진은 특전사 출신 김상경에게 기왓장, 그것도 두꺼운 진짜 기왓장 10장을 들이밀었다. 역시나 그는 멋있게 깨진 못했다. “특전사 때는 수련이 된 상태이지만 지금은 아니다”는 의미의 말을 반복했다. 10장 중 상당수를 깼다. 이미 시청자들은 깨진 기왓장보다 입이 터진 듯 입담을 늘어놓은 김상경에게 집중했다.
그의 수다에는 진정성과 개념이 가득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고한 광주시민들을 진압하던 부대에서 군복무를 했다고 고백했다. 때문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에 출연한 것이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자신의 잘못도 자신보다 먼저 그 부대에서 근무한 선임들의 잘못도 광주시민들의 잘못도 아니었다. 김상경은 이날 “시민과 군인을 그 환경에 있게 만든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군복무를 특전사로 했기 때문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구조원으로 활동했던 일화도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는 나도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서웠다”고 솔직하게 말한 후 “그런데 사람을 구하다보니 빨리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구조작업에 물불 안가리고 뛰어들었던 이유를 회상했다.
그는 목숨을 걸고 구조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따뜻한 인간애가 자연스럽게 솟구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이 말은 늦은 밤 시청자들을 찡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유명한 배우를 아들로 둔 그의 부모는 여전히 추운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한다고 했다. 괜히 자신 때문에 배우 김상경의 이름에 흠집이라도 생길까봐 미안해하는 부모를 떠올리며 김상경은 눈물을 흘렸다. 열심히 일을 한 부모가 자랑스럽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김상경은 이날 수많은 경험과 예리한 관찰력이 묻어나는 대화를 풀어놨다. 말은 많았지만 결코 흘려들을 이야기는 아니었다. 우리는 진정성이 넘치는 배우 김상경을 마주했다. 이날 ‘무릎팍도사’는 평소 개념 가득한 배우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김상경의 진면모가 드러난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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