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뮤지컬과 영화의 한계를 동시에 뛰어넘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2.12.21 15: 58

[OSEN=정유진 인턴기자] 무대 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배우들의 얼굴이 콩알만 하고, 좁은 무대가 갑갑해도 충분히 감동 받았다. 때로는 스크린 안 배우들의 노래에 립싱크 티가 너무 나도, 노래 소리와 대사를 말하는 목소리의 톤이 달라도 화려한 볼거리 때문에 그러려니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 ‘레미제라블’ 이후 뮤지컬 장르에 대한 관객의 기준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뮤지컬 공연과 뮤지컬 영화의 한계를 동시에 뛰어넘은 영화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내용은 익히 알려진 소설 원작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내용과 같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은 성당의 은식기를 훔친 자신을 용서한 대주교의 자비에 감동해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이후 운명의 여인 판틴의 죽음을 지켜보게 된 그는 죽어가는 판틴이 자신에게 맡긴 딸 코제트를 삶의 유일한 즐거움으로 삼고 키운다. 그러나 평생을 다해 자신을 찾는 자베르 경감으로 인해 장발장은 코제트를 데리고 늘 쫓기는 삶을 살아간다.
‘레미제라블’의 가장 위대한 점은 역시 배우들이 라이브로 소화한 노래다. 극 중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은 연기를 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에게 할당된 노래들을 라이브로 불렀다. 때문에 연기 전에 노래를 불러 녹음한 후 립싱크를 하는 일반적 뮤지컬 영화의 방식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감정선이 살아있는 연기로서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휴 잭맨-앤 해서웨이가 고뇌와 슬픔에 가득 차 부르는 날 선 노래들은 관객들의 마음에 파고들어 묵직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특히 가난으로 인해 눌러앉게 된 사창가에서 인생의 고통을 노래한 판틴의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은 앤 해서웨이의 뛰어난 감정연기와 아름다운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전달한다.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아도 될 정도. 원래 뮤지컬 버전에서 판틴은 공장에서 해고된 직후 이 노래를 부르지만, 영화에서는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후 모든 희망을 상실한 상황에서 부른다. 그만큼 애절함과 절박함이 살아있어 어떤 뮤지컬 버전과도 차별화되는 인상적인 장면이 창조됐다.
웅장한 스케일 역시 영화를 보는 감동을 높여주는 요소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장발장의 모습을 그린 장면, 가석방된 장발장이 도주하는 장면, 시민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정부군과 싸우는 장면 등 많은 신이 먼 거리에서 찍은 '익스트림 롱 숏'이나 '버드아이 뷰'로 촬영돼 거대한 인생의 소용돌이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처럼 커다란 스케일은 뮤지컬 무대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으로 뮤지컬이자 영화인 ‘레미제라블’에서만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다.
복잡한 원작을 짜임새 있게 구성한 뮤지컬처럼, 영화도 수십 년의 세월을 속도감 있는 전개로 임팩트 있게 엮었다. 그러나 모든 대사를 노래로 연결한 ‘송 스루’ 방식과 2시간 3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관객들을 조금 지치게 하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 세계 4대 뮤지컬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캣츠’, ‘미스 사이공’을 제작한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가 제작을 맡고,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 감독이 연출을 휴 잭맨, 앤 해서웨이, 헬레나 본햄 카터 등 뮤지컬 경력이 있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레미제라블’은 지난 18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12세 관람가.
eujenej@osen.co.kr
'레미제라블'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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