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졌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의 마운드를 이끌어나갔던 ‘쌍끌이’ 류현진(25, LA다저스)과 김광현(24, SK)이 결국 명단에서 나란히 제외됐다. 타격이 큰 가운데 누가 에이스 몫을 대신할 것인지에 관심이 몰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WBC 예비 엔트리에서 류현진 김광현 홍상삼(두산)이 빠지는 대신 서재응(KIA) 이용찬(두산) 차우찬(삼성)이 합류했다”라고 밝혔다. 봉중근(LG)이 재활 때문에 장원준(경찰청)으로 교체된 것을 생각하면 이탈자는 총 네 명으로 늘어났다. 당초 구상의 차질은 불가피해졌다.
이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이름은 단연 류현진과 김광현이다. 이들은 최근 대표팀의 국제무대 호성적을 이끈 마운드의 에이스들이었다. 긴장감이 흐르는 국제무대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각기 다른 사정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다.

얼마 전 LA 다저스행을 확정지은 류현진은 팀 적응차 WBC 출전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까지 대표팀 합류 가능성을 놓고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출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왼쪽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았던 김광현은 최근 수술 대신 재활을 택하며 사실상 WBC 출전을 접었다. 부상 후유증으로 고생했던 김광현의 엔트리 발탁을 강행할 정도로 기대감을 드러냈던 대표팀으로서는 아쉬운 결과다.
두 선수는 기량 외에도 경험적인 측면에서도 대표팀을 이끌어야 할 선수들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두 선수는 4강 혹은 결승전에 대표팀의 마운드를 책임지곤 했다. 이 두 선수의 이탈로 대표팀은 당장 가장 중요한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에이스’에 대한 고민을 떠안게 됐다.
에이스 몫을 대신할 선수로는 일단 윤석민(26, KIA)이 떠오른다. 몇 차례 국제대회에서 선발 혹은 계투 요원으로 제 몫을 했던 기억이 있다. 실질적인 구위와 경험을 모두 종합했을 때 윤석민만한 선수가 없다. 그러나 윤석민의 뒤를 받칠 카드는 아직 미지수다. 장원삼(삼성) 김진우(KIA) 노경은 이용찬(이상 두산) 정도를 생각할 수는 있지만 국제대회에서 확실하게 검증된 카드는 아니다. 2라운드부터는 고민이 시작될 수 있다.
때문에 사정이 한결 나은 불펜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이라는 예상도 힘을 얻는다. 불펜에는 정대현(롯데) 박희수(SK) 오승환(삼성)이라는 확실한 구심점이 있다. 투구수 제한이라는 독특한 제도로 한 투수가 경기를 만들어나가기 어렵다는 점도 이 구상을 뒷받침한다. 한편으로는 마운드의 약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했던 타선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