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윤일록(20)이 서울로 이적했다. 올 시즌 도시민 구단 중 유일하게 상위 스플릿에 오르며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경남은 매번 시즌을 마치고 이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수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남의 손익 계산서는 어떻게 될까?.
지난해 경남에 입단해 26경기에 나서 4골 6도움으로 눈에 띈 윤일록은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선보였다. 비록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42경기서 6골 2도움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서울은 윤일록의 활약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영입에 성공했다.
2011년 입단 후 4년 계약을 한 윤일록은 계약기간이 2년 더 남아있다. 그러나 윤일록에게는 80만 달러(약 8억6000만 원)의 바이아웃(일정 금액 이상 제의가 들어오면 선수 이적을 허용) 조항이 걸려있다. 본인의 의지도 강력하게 전달된 가운데 서울로 옮기게 됐다.

경남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매년 시즌을 마친 후 선수들이 이적했다. 초대 박항서 감독이 팀은 운영할 때를 제외하고는 풍족한 기억이 없는 경남은 도시민 구단으로서의 가장 큰 문제점인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수를 타팀으로 이적시켜왔다.
성남으로 이적한 윤빛가람(23), 수원으로 떠난 이용래(27) 그리고 김주영(25) 등이 그 주인공이다. 잘 키워낸 선수들이 팀을 떠나는 현상은 경남에게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잘 키워냈기 때문이다.
조광래 감독 부임 후 경남은 소진된 창단 금액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운영비를 갖지 못했다. 물론 선수를 영입하는데 주저했던 것은 아니다. 필요한 선수는 영입했다. 가능성 높은 외국인 선수는 영입해서 팀 운영을 이끌었다. 루시오(29)와 까이끼(25)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경남의 주축은 키워낸 선수들이다. 창단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유소년팀에서 많은 선수들을 키워내지는 못했지만 번외지명을 통해 선수들을 잘 키워냈다. 특히 큰 금액을 받고 이적한 윤빛가람, 이용래, 김주영 등은 가능성은 많았지만 제대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조광래 유치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선수들을 키워냈다. 경남은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을 이적시키며 금전적 수입을 얻어냈다. 물론 성적만을 바라본다면 선수들을 지켜낼 수 있었다. 바이아웃 조항도 삽입하지 않고 선수를 지키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경남의 현재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도시민 구단이 대부분 재정적인 부담을 가진 가운데 경남은 조광래 감독 부임 후 현재 최진한 감독까지 선수 이적을 통해 얻어낸 금액이 150여억 원을 상회한다. 이적과 함께 영입한 선수들을 제외하고 계산한 금액이 150억 원이다.
경남 사정에 능통한 관계자는 "그동안 경남이 선수 이적을 통해 충당한 금액이 상당하다. K리그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금액이다"라면서 "150억 원 정도라면 경남의 2시즌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매년 선수구성이 변하지만 성적은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이적시키는 가운데서도 경남은 꾸준히 높은 성적을 거뒀다. 올 시즌도 경남은 도시민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다. 지난 2006년 K리그에 참여하며 12위에 머물렀던 경남은 이후 꾸준히 중위권 자리했다.
2007년에는 5위, 2008년에는 8위 그리고 2009년에는 7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2010년 부터 6위, 8위를 기록했다. 인천과 엎치락 뒤치락 했지만 경남처럼 꾸준한 순위를 기록한 경우는 없었다.
감독과 코칭 스태프 그리고 구단 프런트가 K리그 도시민 구단으로서 가장 모범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것과 같다. 따라서 윤일록의 이적은 현재 경남에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뛰어난 선수가 빠져 나간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구단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경남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윤일록의 경우도 바이아웃 금액을 뛰어넘는 금액으로 이적을 성사시켰다. 그보다 2억 원을 더 받으면서 이익을 챙겼다.
관계자는 "윤일록의 이적으로 인해 경남은 내년 초까지 운영비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 적자가 누적되는 타 도시민 구단보다 사정이 훨씬 좋다. 그것이 경남 구단 운영의 기본 방안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매 시즌 반복되는 경남의 선수 이적은 어쩔 수없는 선택이다. 선수들과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것은 팀이 존재해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경남의 선수 이적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팀을 지켜내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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