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현정의 예능 MC 도전기로 화제를 모은 SBS ‘고쇼(Go show)’가 지난 21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고쇼’는 톱 여배우 고현정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로 론칭 때부터 방송가 안팎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프로그램. 그간 드라마와 영화 등 작품을 통해서만 대중과 만나며 신비로운 이미지가 강했던 고현정을 예능 프로에서 매주 만날 수 있다는 점에 기대가 높았다.
이에 지난 4월 ‘고쇼’ 첫 방송은 시청률 10.5%(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집계)를 기록하며 단숨에 동시간대 1위에 등극하는 등 ‘고현정 프리미엄’을 톡톡히 봤다.

‘고현정 프리미엄’은 이뿐만이 아니다. 배우 조인성을 비롯해 그룹 빅뱅, 가수 임재범과 배우 윤여정 등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흔치 않았던 톱 게스트들을 줄줄이 섭외에 성공, MC 고현정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여기에 개그맨 정형돈과 김영철, 가수 윤종신 등 다수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입담으로 발군의 활약을 펼쳤던 이들 역시 MC로 투입되는 등 '고쇼'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여러모로 높았다.

하지만 고현정의 예능 MC 도전기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메인 MC로 이름을 올렸지만 프로그램을 중심에서 이끌어나가는 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게스트의 이야기를 들으며 호응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지만, 다음 전개를 이어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풍부한 리액션은 좋았지만 웃느라 정신이 없어 ‘정수리 MC’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게스트 섭외에 있어서도 ‘고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시청자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일례로 개그우먼 이경실과 배우 김응수, 이종혁, 여기에 2AM 조권이라는 교집합을 찾을 수 없는 게스트의 초대가 이어졌고, 그러다 보니 한 가지 주제로 토크를 이어가는 데는 한계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정형돈, 윤종신, 김영철 같은 베테랑 MC들도 이 같은 난감한 섭외에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에 ‘고쇼’는 시청률이 3%까지 내려가는 ‘굴욕’을 겪었지만, 종영을 앞두고 MC 고현정의 예능감이 살아났다는 평가를 들으며 유종의 미를 써내려갔다. 고현정은 일명 ‘몸개그’를 열심히 따라하는 모습을 비롯해, 타사 예능프로에서 ‘고쇼’를 깎아내린 것도 스스럼없이 입에 올리는 등 비로소 예능 특유의 ‘내려놓음’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외에도 고현정은 게스트가 고백한 아픔이나 상처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심어린 조언을 곁들이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등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프로그램을 정서적으로 풍성하게 만들었다.
날고 기는 MC들에게도 쉽지 않은 예능 전쟁터에서 고현정의 도전은 다소 무모했을지 모르지만, 대중 친화적 행보는 성공적이었고 그로 인해 한결 친근한 이미지를 쌓는 성과를 거뒀다. 다소 뒤늦게 터진 물꼬는 아쉽지만 ‘고쇼’를 통한 고현정의 예능 MC 도전기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에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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