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엔트리 변동, 2013 시즌 순위에 나비효과?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2.22 07: 03

국가대표. 어느 종목을 막론하고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건 선수들에게 최고의 영예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걸 선수생활의 목표로 삼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선수들은 기뻐하기 마련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그럴 수 없는 선수들도 있다. 내년 3월 펼쳐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로 뽑힌 류현진은 LA 다저스와의 입단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어 출전을 고사했다. 신시내티 레즈로 보금자리를 옮긴 추신수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메이저리그가 아니라도 국가대표 선발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경우가 있다. WBC에 출전하는 건 개인으로서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자칫 그 해 시즌준비를 제대로 못할 우려가 있다. 2월 초 소집되고 3월부터 대회에 돌입하는 WBC 기간은 각 구단의 스프링캠프 시기와 정확하게 겹친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한 시즌을 치를 몸을 만드는 선수들에게 있어서 국가대표 소집과 출전은 자칫 부진의 이유가 될 우려가 있다.

결국 류현진은 WBC 출전을 고사했고, 부상으로 출전이 힘든 SK 와이번스 김광현과 두산 베어스 홍상삼까지 모두 3명이 명단에서 빠졌다. 그러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WBC 출전 대체선수 3명을 발표했다. 그 주인공은 KIA 타이거즈 서재응, 삼성 라이온즈 차우찬, 두산 베어스 이용찬이다.
서재응이 뽑히면서 당장 KIA는 토종 1-2-3선발이 모두 WBC에 출전하게 됐다. 이미 명단에 포함됐던 윤석민과 김진우에 이어 서재응까지 나가게 된 것이다. 사실 서재응은 올해 성적만 놓고 본다면 WBC 선발이 유력시됐다. 올 시즌 서재응은 29경기에 등판, 9승 8패 160이닝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하면서 2008년 한국 복귀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아 데뷔 첫 10승에는 실패했지만 팀 내 평균자책점 1위, 최다이닝 2위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서재응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2006년 1회 WBC에 출전, 눈부신 활약을 펼쳤으나 그 후유증으로 한 시즌을 날린 기억이 있다. 서재응은 WBC 대표팀에서 14이닝 1실점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64를 기록해 4강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규시즌에서 36경기 3승 12패 평균자책점 5.33으로 크게 부진했다. 2007년에도 부활에 실패한 서재응은 결국 2008년 한국에 복귀했다.
KIA는 선발 3명이 모두 대표팀에 뽑혀 시즌 초반 선발진 구성에 변수가 생기게 됐다. 물론 국가대표를 다녀온 뒤에도 좋은 투구를 보여주는 선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배려 차원에서 서재응 대신 팀 동료인 김진우가 대표로 뽑혔지만 류현진을 비롯해 3명의 투수가 단체로 낙마해 경험이 풍부한 서재응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KIA가 토종 선발진의 대회 출전으로 근심한다면 삼성은 코칭스태프 포함 모두 8명이 WBC에 출전한다. 올해 우승을 차지해 대표팀을 맡은 류중일 감독과 김한수 코치가 코칭스태프로 나서고 오승환, 장원삼, 차우찬, 진갑용, 이승엽, 김상수 등 팀 핵심선수 6명도 출전한다. 원래 선수는 5명이 출전하기로 돼 있었지만 이번에 좌완 차우찬이 명단에 포함됐다.
대회출전 이후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도 문제지만 가장 큰 전력누수는 류 감독의 대표팀 차출이다. 삼성은 당장 스프링캠프를 선장 없이 치러야만 한다. 그래서 류 감독은 시즌 중 "현역 감독이 WBC 감독을 맡으면 팀 성적에 누를 끼치게 되므로 전임감독을 두는 게 어떤가"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실제로 2009년 2회 WBC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은 원 소속팀 한화 이글스를 제대로 챙길 수 없었고 결국 그 해 최하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WBC 대표팀에 차출된다고 해서 정규시즌 성적이 떨어지는 건 결코 아니다. WBC에서 얻은 경험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선수도 분명히 있다. 시즌을 앞두고 열리는 WBC가 2013년 정규시즌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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