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의 분위기는 유난히 추웠다. 사무 조직은 마비 상태였다. 사실상 식물인간이었다. 2012년 화두도 ‘선수협 정상화’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은 다르다. 빠르게 정상화된 선수협은 이제 선수들을 위한 본연의 행보에 들어갈 것이라는 2013년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선수협이 지난해 12월 11일 박재홍 신임 회장을 추대한 뒤 1년이 흘렀다. 당시까지만 해도 선수협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있었다. 전임 사무총장의 비리 혐의로 선수협 사무실이 압수수색 당하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심지어 선수들이 선수협 사무국을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련의 계절이 또 한 번 찾아오는 듯 했다.
그러나 박 회장과 박충식 사무총장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선수협은 1년 만에 조직 업무가 대부분 정상화됐다. 산적했던 현안도 어느 정도 풀었다. 일단 전임 사무총장 관련 소송은 유죄 판결이 나왔다. 박충식 사무총장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제는 정리가 된 상태다. 여러 주체가 얽혀 있는 추징금에 대한 부분만 아직 마무리가 덜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10구단 창단을 놓고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응집력은 예상 이상이었다. 과거 선수들 간의 의견이 분열돼 우왕좌왕하던 선수협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들을 압박하는 소기의 성과를 이뤘고 이제 10구단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상황이다. 박 사무총장은 “10구단 문제를 해결한 것이 올해 가장 큰 소득이지 않겠느냐”라면서 “전반적으로 올 한해는 잘 진행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대외적으로는 선수협에 대한 이미지를 재고한 것도 하나의 수확이라 할 만하다. 박 사무총장은 “선수협이라는 단체가 이제는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을 받고 있다”라고 했다. 선수협 내부의 움직임도 기존의 투쟁 노선이나 강경 일변도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박 총장은 “대화를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도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박 총장은 2012년 선수협 활동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앞으로 선수협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일단 가장 큰 틀은 선수들의 복지 증진이다. 박 총장은 “현역 선수들의 복지, 그리고 은퇴 선수들의 일자리 마련 등 과제가 많다.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프로야구 선수였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하고 싶다. 그와 관련된 일을 중심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2013년 운영 방안을 밝혔다.
그간 잘 이뤄지지 않았던 선수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팬들의 사랑이 선수협의 근간인만큼 공인으로서의 의무도 다하는 선수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선수협은 지난 6일 선수협 총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와 연계해 전체 선수들을 대상으로 도박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시간적 제약이 많지만 선수협은 앞으로 이런 영역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인 야구발전에 대해서도 신경을 쓴다는 의지다. 박 총장은 “자금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긴 하지만 아마야구, 사회인 야구, 실업야구 등은 선수협도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2013년에는 KBO 등과 협의해 선수협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겠다. 외국인 선수 문제, 엔트리 확대 등의 문제도 충분히 대화로 풀어나갈 생각이 있다. 선수협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