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안타까움 속에 보낸 故 이두환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12.22 07: 03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모든 이들이 조문 내내 긴 말을 쏟아내지 못했다. 1년 여 투병 끝에 숨진 故 이두환(향년 24세)은 지인들의 안타까운 침묵 속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대퇴골두육종으로 서울 원자력병원에 입원 중이던 이두환은 지난 21일 오후 5시 반쯤 결국 세상을 떴다. 이수중-장충고 시절 팀의 주포로 2006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으로 뛰기도 했던 이두환은 2007년 2차 2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KIA 유니폼을 입었으나 곧 암 판정을 받고 병원 치료를 해왔다.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원자력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됐다. 영정 사진은 민훈기 해설위원이 자신이 갖고 있던 사진을 근처 사진관에서 급히 인화해 가져왔다. 다른 식장과 달리 울음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먼저 앞세운 부모는 절도 받지 못하고 상복도 입지 못한 채 조용히 빈소를 지켰다.
이두환의 아버지 이광남 씨는 "두환이가 새벽까지 잠을 못자 오늘(21일) 새벽까지도 나와 장난을 치며 놀았다. 아침까지도 괜찮았는데 오전 11시쯤부터 상태가 나빠졌다.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갈줄은 몰랐다. 내 아들이지만 정말 착한 아이였다"며 하릴없이 보낸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2006년 세계청소년대표팀에 참가했던 김광현(SK), 양현종(KIA), 이용찬(두산), 김재율(LG), 김남형(넥센) 등 동료 선수들이 묵묵히 손님을 맞고 음식을 날랐다. 22일 이두환 돕기 일일호프를 준비중이던 선수들은 그날 오전 이두환을 보러온 뒤 행사를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어리디 어린 선수들은 야속하게 하루 먼저 떠난 친구를 봐야만 했다.
지난 15일 먼저 병원비 마련 자선 일일호프를 치렀던 두산 선수단은 KIA 선수단과 상의해 이번 장례식을 선수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이혜천, 이종욱, 임재철, 김선우, 양의지, 정수빈 등 전(前) 동료들이 잇따라 빈소를 찾았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모두들 미처 실력을 꽃피우지 못하고 다른 팀으로 간 뒤 유명을 달리한 동료를 말없이 보냈다.
이두환의 아버지는 "그래도 두환이가 복이 많은 아이다. 마지막에 많은 사랑을 받고 갔다"며 눈물을 에둘러 삼켰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이미 젊은 선수는 각박한 환경 속 힘든 투병 끝에 떠났고 빈소를 찾은 모두들 말을 잊지 못한 채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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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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