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K리그 30년 역사에 있어 아주 특별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기대와 우려가 섞인 가운데 스플릿 시스템이 처음으로 도입, 정착한 해이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플릿 시스템의 도입을 선언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2013년부터 리그에 승강제가 실시되기 때문에 이에 앞서 스플릿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스플릿 시스템의 도입으로 인해 올 시즌 16개팀으로 출발한 K리그는 9월부터 1~8위가 그룹A로, 9~16위가 그룹B로 나뉘어 44라운드까지 치렀다. 군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시즌 중반 강제 강등이 결정된 상주 상무 외 하위권 팀들은 막판까지 치열한 강등권 싸움을 벌이며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 했다. 시즌 개막 후 고공비행을 이어갔던 서울이 무난히 우승을 달성한 것과 달리 강등권의 생존 경쟁은 말 그대로 이전투구의 양상을 띄었다.

▲ 우승 레이스에 가렸던 하위권 꼴찌전쟁, 스포트라이트 받았다
처음으로 선보인 스플릿 시스템의 장점은 명확했다. 오직 우승만을 향한 레이스였던 K리그에서 하위권 팀들이 뜨거운 주목과 관심을 받았다. 시즌 막판을 향해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는 강등권의 혈투는 축구팬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전반기에는 자동 잔류가 보장되는 상위권 그룹A에 들기 위한 대구와 인천, 경남, 성남의 진검승부가, 후반기에는 단 한 자리만 남은 2부리그 강제 강등의 서슬퍼런 칼날을 피하기 위한 전남, 대전, 강원, 광주의 살떨리는 전쟁이 펼쳐졌다. 경남이 극적으로 그룹A 잔류를 확정짓고, 광주가 눈물의 강등 주인공으로 결정되는 순간까지 팬들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봐야했다.
이처럼 상위권에 집중되어오던 팬들의 관심을 리그 전체에 고루 배분하고 특히 하위권 팀이 주목받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성과다. 생존을 건 강등전쟁은 K리그에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하나의 드라마로 흥행성을 돋울 가능성이 충분함을 검증했다.
▲ 리그 안정과 재미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 산적
하지만 스플릿 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과제는 장점보다 더욱 많았다는 평이 대다수다. 첫 스플릿 시스템의 도입, 생존과 강등이라는 테마에도 불구하고 관중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는데는 실패했다. ‘생존드라마’에도 불구하고 그룹B의 흥행은 처참했다. 전남, 대전, 강원, 광주의 혈투 끝에 최후의 생존팀이 결정된 43, 44라운드에서 경기장을 찾은 이들의 평균은 채 2000명이 되지 않았다.
강등을 탈피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과 혈투에도 불구하고 경기 외적인 삭풍이 관중 유입 효과를 감소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전력 면에서 차이가 나는 시도민구단이 그룹B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하나같이 구단 내부 갈등에 시달려야했다. 시즌 초반부터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졌던 인천이나 재정문제에서 어려움을 겪은 경남, 시즌 막판 유상철 감독과 재계약 문제로 한바탕 소란을 겪은 대전과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아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을 떠나보내야 했던 대구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남종현 사장의 사퇴 문제가 불거지면서 재정난에 시달린 강원이나 박병모 단장과 불화로 마지막까지 어려움을 겪었던 광주는 성적 외의 부분에서도 팬들에게도 시련을 안겨줬다.

▲ 스플릿 시스템 도입, 그 또 다른 그림자 ‘감독 교체 삭풍’
하지만 스플릿 시스템의 도입을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줄줄이 이어진 감독 교체 삭풍이었다. 16개 팀 중 무려 10개 팀이 감독을 교체했고, 그 중 그룹 B팀이 무려 7팀이나 됐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페레이라 감독과 결별해야 했던 대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성적 부진을 이유로 한 경질이었다. ‘사상 첫 2부리그 강등’이라는 불명예 앞에 감독들에게 성적에 대한 책임을 돌린 셈이다.
당장 감독 경질로 성적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부진으로 인해 가라앉은 팀의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수단이 감독 교체다. 감독들의 목숨이 ‘파리 목숨’으로 전락한 셈이다. 가장 먼저 감독 교체의 신호탄을 쏜 허정무 인천 감독을 시작으로 줄줄이 이어진 감독 교체 바람은 윤성효 전 수원 감독이 부산으로 가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감독 교체 삭풍이 올 시즌만의 일로 끝나지는 않으리란 것이 대부분의 예상이다. 상주를 제외하고 1개 팀이 강등됐던 올 시즌과 달리 2.5개 팀이 강등을 두고 싸워야하는 2013시즌은 한층 더 치열한 전쟁이 예고된다. 강등전쟁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K리그에 부는 감독 교체의 칼바람도 더욱 서늘해질 것으로 보인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