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채 꿈을 꽃피우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故 이두환. 프로야구에 몇 번 없던 현역 선수의 장례식과 관련해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대퇴골두육종으로 서울 원자력병원에 입원 중이던 이두환은 지난 21일 오후 5시 반쯤 결국 세상을 떴다. 향년 24세. 이수중-장충고 시절 팀의 주포로 2006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으로 뛰기도 했던 이두환은 2007년 2차 2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KIA 유니폼을 입었으나 곧 암 판정을 받고 병원 치료를 해왔다.
급작스럽게 떠난 이두환의 빈소는 그가 세상을 뜬지 5시간이 다 돼서야 마련됐다. 아직 영정 사진도 마련하지 못해 민훈기 해설위원이 자신이 갖고 있던 사진을 근처 사진관에서 급하게 인화해왔다. 다음날(22일) 이두환 돕기 일일호프를 준비중이던 2006년 세계청소년대회 동기들이 가장 먼저 달려왔다. 빈소가 마련되는 동안 두산 선수단과 선수협이 도착했다.

선수협은 이번 장례식 비용을 모두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장례식은 선수협장으로 치르기 곤란하다고 했다. 선수협 정관에 선수 장례와 관련된 내용이 없고 또 다른 선수들의 의견을 취합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박충식 사무총장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던 두산 선수단은 새벽 1시쯤 자신들이 모금한 돈으로 선수장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현 소속팀인 KIA 선수들이 도착하는 대로 이야기를 나눠 세부 사항을 조절하기로 했다.
선수가 떠나고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아직 상주조차 정하지 못한 것은 사고의 희귀성을 떠나 선수협에 이와 관련된 원칙이 없음을 보여줬다.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선수협이 버젓이 있음에도 선수단이 따로 모금을 하고 장례식을 맡는 것은 선수협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선수협 정관에 선수들의 사망, 상해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구단에는 책임이 없을까. 한국야구위원회 선수 계약서 제11조 [상해보상]에는 '선수가 참가활동 중 이에 직접적으로 기인한 사망 또는 상해가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해 구단이 상해보험을 들어 지급해야 한다. 이 한도 내에서 구단은 책임을 면한다고 돼 있다. 이두환은 야구 활동 중 사망한 것이 아닐 뿐더러 구단 자체에는 원래 책임이 없다. 다만 우리나라 정서상 도의적인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문제는 정말 간단한 일이다. 이두환이 선수협 소속 선수인 만큼 당연히 선수협장으로 치를 일이다. 선수협에서 모든 비용을 지불하기로 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선수협은 우왕좌왕하다 선수단에 일을 떠맡긴 꼴이 됐다. 선수협이 이토록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둔 구단들도 제대로 팔을 걷고 나서지 않았다.
이번 일은 이두환이 죽기 전부터 문제가 될 사항이었다. 이두환을 돕기 위한 행사가 여기저기서 열렸지만 모두 제각각이었다. 몸이 아픈 현역 선수를 책임지고 보살필 수 있는 단체는 아무 데도 없었다. 선수협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었다. 선수는 이미 떠났지만 그 뒷일은 개운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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