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쉬어라” 러시앤캐시 춤추게 한 ‘덕장’ 김호철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2.12.23 07: 23

“세 번을 내리 이기고 LIG손해보험에게 그렇게 허무하게 졌으니 이놈들 마음도 얼마나 분하고 아팠겠습니까? 푹 쉬고 삼성(화재)전 하자는 말만 했습니다”.
러시앤캐시 드림식스의 김호철(57) 감독은 지난 22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삼성화재전에서 3-0(25-21, 25-21, 31-29) 완승을 거둔 뒤 특별히 준비한 게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승부사’라는 별명처럼 김 감독은 평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플레이가 나오면 선수들을 달래기보다는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지적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선수들이 3연승 이후 지난 19일 LIG손해보험전에서 무기력하게 0-3으로 패하자 과감히 휴식을 택했다. 팀이 경기에 패했으면서도 웃음을 띄었던 다미를 호통치긴 했지만 숙소에 들어간 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훈련도 접고 하루 마음 편히 푹 쉬면서 추스르자는 의미였다.

꿀맛 같은 휴식의 결과였을까. 러시앤캐시는 올 시즌 12경기에서 단 1패만을 기록한 삼성화재를 상대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3-0의 깨끗한 완승을 거뒀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나 승부욕, 몸놀림 모두 삼성화재를 압도했다. 
김호철 감독은 “팀 전체가 한 달 동안 강행군을 했다. 훈련도 좋지만 쉴 타이밍이었다. 또 3연승을 달린 뒤 선수들 모두가 LIG손해보험전에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허무하게 졌다. 우리 선수들 모두 많이 아팠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말 없이 하루 쉬고 대전 가서 잘 해보자는 말만 했다. 그런게 오히려 더 자극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V리그 최강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따낸 선수들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은 “삼성화재가 못 한 것인가, 러시앤캐시가 잘 한 것인가”란 질문에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자식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레오를 비롯해 상대 범실이 많았긴 했지만 내용상 삼성화재보다 우리 선수들이 더 잘 했고 투지도 더 좋았다”고 설명했다.
상대를 부러뜨리고 남을 만큼 강하기로 소문났던 김호철. 용장을 넘어 덕장의 면모까지 갖춘 그의 리더십이 러시앤캐시를 춤추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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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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